[인사이드]『애국심에 호소해야 뜬다』…우리말 상표 붐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우리말 상표 이름이 요즘 큰 인기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이 잘 먹혀들자 업체들은 과거 ‘촌스럽다’고 외면하던 우리말 이름을 찾고 있다.

담배인삼공사가 지난달 선보인 새담배 두 가지의 이름은 모두 순 우리말. ‘점점’이라는 뜻의 ‘시나브로’와 민요 아리랑의 후렴구를 딴 ‘아라리오’다. 우리말 담배는 92년 ‘하나로’ 이후 6년만에 처음.

그간 “양담배와 맞서기 위해서는 이름부터 이국적이어야 한다”며 오마샤리프 겟투 디스 심플 에세 등 외국어를 고집하던 태도와는 딴판이다.

롯데제과가 올들어 새로 내놓은 신제품의 경우 우리말 이름이 작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신제품 36가지 중 주사위 껌, 아가돼지 비스킷 등 우리말을 붙인 게 14개로 39%를 차지했다. 작년엔 4월까지 나온 80종의 신제품 중에서 우리말은 12개로 겨우 15%밖에 안됐다.

롯데제과측은 “올해부터는 가급적 영어 대신 우리말 이름을 지으려고 고심한다”고 말했다. 해태 크라운 등 다른 제과업체들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최근 나온 고급 여성용 화장품명을 순 우리말인 ‘오휘(단청무늬의 일종)’로 지었다. 작년까지 여성용 화장품에 ‘이지업’이니 ‘이자녹스’니 하는 이국풍 이름을 붙여오던 것과는 1백80도 달라진 발상.

신제품 작명가인 김형남(金炯男)브랜드밸류 대표는 “우리말로 된 이름은 잘 안팔린다며 기피하던 업체들이 작년말 IMF 이후엔 오히려 우리말로 지어달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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