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문성미/『한결같이 깊은정 고맙습니다』

  • 입력 1998년 5월 7일 08시 02분


5월이 시작되고 어버이날이 다가오면서 어머님께 저의 마음을 담은 특별한 선물을 드릴 게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살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큰 나무인지 알 것 같아 마음으로 존경의 눈빛을 보내지만 무언의 존경만으론 왠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번듯한 선물을 해 드리지도 못할 것 같군요. 어머니는 워낙 말로 표현하시기 보다는 속깊은 정만 보여주시고 저도 맘껏 치대고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며느리가 아니라서 대신 이렇게 편지를 쓰려 합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보면서 장차 어머니와 같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집니다. 대소사에 관한 일을 가르쳐 주시고 제가 참여해서 노력하도록 격려해주실 뿐만 아니라 시집온 지 7년째이지만 한결같이 당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급박한 오르내림이 없어 저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편안함을 느낍니다.

지난해 여름. 아이들과 시집살이에 묻혀 좋아하던 음악회 연극관람을 접어두고 있다가 너무 가보고 싶은 실내악 연주회가 열려 다녀왔었죠. 첫 저녁 외출이라 두려운 마음도 든데다 정장 차림으로 다녀와 보니 손님이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손님 주고 남겨 놓은 음식이라며 한 그릇을 데워 주셨을 때 제가 얻은 용기와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주위에서 시할머니 시부모를 모시며 4대가 함께 산다고 칭찬하면 저는 모시는 게 아니라 그냥 함께 사는 정도밖에 못된다고 얘기하곤 했지요. 지난번 어머니께서 편찮을 때 함께 사는 정도도 아니고 젖먹이 아이처럼 어머니께 의지하고 살았구나 싶어 와락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가족의 화목과 안정속에서 저의 힘을 찾고 어머니께도 힘을 드리는 며느리가 되고 싶습니다.

문성미(울산 중구 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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