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정신분석]정도언/불면의 고리 끊으려면

  • 입력 1998년 5월 2일 08시 38분


불면증은 매우 괴롭다. 병원을 찾은 한 40세 주부는 불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고 울면서 호소했다. 불면증 환자의 답답함과 괴로움은 흔히 가족 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잠을 청한다. 그러나 잠은 노력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잠 못 이루는 밤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노력의 부작용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깊은 잠은 마치 밥을 굶은 뒤의 허기와 같아서 불면 뒤에는 반드시 찾아 오게 돼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슬기롭게 기다리지 못하고 쓸데없이 재촉하다가 문턱을 막 들어서는 잠을 본의 아니게 쫓아버리는 우리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다. 최선을 다해 잠을 쟁취하겠다는 노력 자체가 ‘불면증의 수호자’임은 인생의 역설이다. 불면증을 달랠 수 있는 도구는 대범함과 약간은 모자란 듯한 태도. ‘오늘 안 자면 내일, 내일 못 자면 모레…’식의 어수룩한 배짱이 필요하다. 며칠 잠을 설쳤다고 덜컹 수면제를 받아 먹으면 만성 불면증의 세계로 굴러떨어지기 쉽다.

매일 변함없이 잘 자야 한다는 완벽함을 추구하지 말자. 노화에 따른 잠의 변화도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정도언(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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