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 (704)

  • 입력 1998년 4월 23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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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9〉

아들이 결혼한 뒤에도 알리바바는 무슨 중요한 일이 생기면 며느리와 상의했고, 그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는 며느리의 충고에 따라 당분간은 그 동굴로 가는 것을 삼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처치한 도적은 모두 합쳐 서른여덟 명뿐인데, 나머지 둘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두 명의 도적이 남아 있는데 섣불리 그 동굴로 갔다가는 어떤 참변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두 사람도 두목의 명령에 의해 진작 사형을 당했던 터였다.

일 년이 지나도 그 두 사람의 도적이 나타나지 않자 마침내 마르자나는 알리바바에게 그 동굴로 가보자고 제의했다. 그리하여 알리바바는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숲으로 갔다.

알리바바 일행이 그 바위에 도착해보니 지난 일 년 사이에 잡목과 키가 큰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나무와 풀이 어찌나 무성했던지 바위로 올라가는 다소 가파른 길은 완전히 막혀 있었으며, 사람의 발자국도 말 발자국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걸 보자 마르자나는 지난 일 년 사이에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알리바바에게 말했다.

“아버님,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두 사람의 도적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아무 걱정없이 바위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알리바바는 그 바위 앞으로 달려가 마법의 주문을 외었다. 그러자 예전과 마찬가지로 바위가 열렸고, 알리바바 부자와 마르자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은 일 년 전에 마지막으로 왔을 때와 똑같았다.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온갖 재물과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얘들아, 이걸 좀 봐! 이 얼마나 엄청나냐? 이 모든 걸 내가 발견했단다.”

알리바바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그 엄청난 보물들 앞에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사에 빈틈이 없는 마르자나는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동굴 안을 돌아다니며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던 그녀는 동굴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는 사람의 해골 두 개를 발견했다. 그걸 보자 마르자나는 말했다.

“아버님, 저걸 좀 보세요. 저건 행방이 묘연했던 두 사람의 도적의 해골이 틀림없어요. 그러니 이젠 정말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알리바바 일행은 준비해 갔던 커다란 자루를 꺼내어 황금과 보석을 가득히 채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 그들은 재산을 적당히, 그리고 소중히 쓰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 재산이라곤 세 마리의 당나귀밖에 없었던 가난한 나무꾼 알리바바는 그리하여 가장 부유하고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당대에 명성이 자자하였다.

사랑하는 독자들이여, 지금까지 나는 샤라자드가 샤리야르 왕에게 들려준 알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적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렸다. 이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었겠지만, 내일 밤부터 들려드리고자 하는 경건하고 신비로운 순례자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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