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市政복귀 개혁파 카르바시 테헤란시장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이슬람 보수파가 지배하는 사법부에 의해 구속됐다가 11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골람 호세인 카르바시 테헤란시장(45)이 19일 테헤란시청에 복귀했다.

이날 출근길 카르바시시장의 차량은 꽃다발로 뒤덮였으며 수백명의 지지자가 환호하며 차량을 뒤쫓아 ‘돌아온 영웅’을 보는 듯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대통령의 측근이자 온건개혁파의 기수인 카르바시시장은 공금횡령 및 유용 혐의로 4일 전격 구속돼 온건파와 보수파가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이란의 많은 정치인들처럼 그는 성직자로 출발해 진보적인 행정가로 변신했다. 코란학교를 마친 뒤 한때는 아야툴라(이슬람 성직자 계급)의 한 단계 아래인 호자톨레스람까지 승진했었다.

70년대 팔레비 왕정에 대항해 싸우다가 옥고를 치렀으며 79년 이란혁명 이후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옹에 의해 정치권에 발탁됐다.

89년 테헤란시장에 임명된 그는 테헤란시내에 즐비하던 이슬람교 슬로건 대신 서구식 광고판을 거는가 하면 이슬람교사원만 가득했던 시내에 스포츠센터 도서관 미술전시관 등을 건설해 도시의 모습을 바꿨다.

특히 그는 이같은 개혁작업에 따르는 재원을 상인계층에 대한 중과세로 해결, 보수파의 반발을 샀지만 대다수 시민으로부터는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란의 로빈후드’로 알려졌다.

정국 안정을 바라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의 중재로 15일 풀려난 그는 “나에 대한 죄목은 터무니없는 정치공작”이라며 보수파의 정치적 공세를 비난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의 혐의는 분명하다”며 2주내에 그를 재판대에 세울 것을 호언하고 있어 그가 상징하는 이란 보혁(保革)간의 갈등이 어떻게 끝날지 주목되고 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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