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모친빈소 못지킨 고려대 임정명감독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6분


영정앞에서 어머니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애달퍼해야 할 시간. 그러나 그는 여전히 포효하고 있었다.

98MBC배 대학농구대회가 열린 16일 부천체육관. 동국대와 경기를 갖는 고려대 선수들 앞에 임정명감독(41)이 나타났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 가슴엔 상장. 지난 밤을 뜬 눈으로 새 부석부석한 얼굴이었지만 임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선수들을 질타했다.

그는 전날 어머니(최성희·69)를 여의었다. 당뇨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어머니였기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17일 어머니를 묻으면 완전히 이별. 그때까지는 어머니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는 체육관에 나왔을까.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을 것 같고요. 아버지(임재환·78)에게 경기장에 가봐야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전날밤 빈소인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선 임감독의 출장을 놓고 문상객들 사이에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어떻게 가느냐”는 목소리가 더 컸다.

“이민현코치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동문 코치들이 모두 가서 힘을 실어주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이 공방을 단숨에 잘라버린 것은 박한 고려대 체육위원회 부위원장의 한마디였다.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정명이는 갈 거야.”

그 말대로 임감독은 경기장에 나타났다. 경기시간에 대기 위해 입관까지 앞당길 정도로 그의 뜻은 확고했다. 첫 경기에서 중앙대에 꺾여 풀이 죽었던 고려대 선수들이 동국대전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던 것도 이때문이다.

17일은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발인일. 이날도 오후1시부터 한양대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면 경기시간에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도 없지않지만 내가 할 일은 해야죠.”

그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밤’을 위해 다시 빈소로 달려갔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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