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나이트(691)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19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6〉

“이렇게 우물거릴 시간이 없다. 너희들 중에 눈치빠른 놈 하나가 지금 당장 시내로 잠입하도록 하라. 외국에서 온 수도승으로 변장하고 말이다. 우리가 여섯 토막을 내어 죽인 남자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는지 어떤지에 대하여 염탐하고, 만약 있다면 그 남자가 어느 집에 살고 있었는가 하는 걸 알아오도록 하라. 이런 일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마디라도 쓸데없는 말을 입 밖에 내어 일을 그르치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는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이 일을 맡을 사람은 나한테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한다. 만약 경솔한 짓을 하여 일을 그르치게 되면 사형당해도 좋다고 말이다.”

두목이 이렇게 말하자 도둑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두목님, 그런 일이라면 나를 시켜주십시오. 나는 어떤 경솔한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이며, 어떤 일이 있어도 그자의 집을 알아오겠소.”

그러자 두목은 말했다.

“좋다. 너라면 매사에 신중하고 눈치도 빨라서 한번 보내볼 만하다.”

이렇게 하여 그 남자는 수도승으로 변장하고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그가 시내로 들어갔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대부분의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그러나 부지런한 구두 수선공 무스타파 노인의 가게만은 벌써 열려 있었다. 노인은 가게 문을 열어놓은 채 앉아 커다란 바늘을 들고 가죽신을 고치고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부지런히 바느질을 하던 노인은 어느 순간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던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앞에는 외국에서 온 것처럼 보이는 수도승 한 사람이 서서 자기가 일하는 모양을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노인은 손을 이마에 대고 수도승을 향해 인사했다. 그러자 수도승 또한 손을 이마에 대고 노인을 향해 인사하고는 말했다.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노인장께서는 연세도 많으신 것 같은데 아직도 눈이 그렇게 밝다는 것도 그렇지만, 정말이지 바느질 솜씨가 신기(神技)에 가깝습니다.”

수도승이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자 노인은 몹시 우쭐해져서 말했다.

“수도사님, 알라께 맹세코, 나는 지금도 단번에 실을 바늘에 꿸 수 있습니다. 그뿐인줄 아세요? 어두운 지하실에서 여섯 토막 난 사람의 시체도 하나로 꿰매어 이을 수 있답니다.”

노인이 이렇게 말하자 수도승으로 변장한 도적은 마음속으로 기뻐서 뛸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속내는 드러내지 않고 그저 깜짝 놀란 체하며 말했다.

“여섯 토막 난 사람의 시체도 꿰맨다고요?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이 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여섯 토막 냈다가 다시 꿰매어 잇는 풍습이라도 있단 말입니까? 시체 속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그러는 겁니까?”

“풍습은 무슨 풍습. 세상에 멀쩡한 사람의 시체를 여섯 토막 냈다가 다시 꿰매는 풍습도 있나? 나는 다만, 나만 알고 있는 일, 세상에 다른 사람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일 하나를 말했을 뿐이야. 정말이지 그건 기묘한 일이지.”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