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달라지는 대학가

  • 입력 1998년 3월 31일 19시 53분


새 학기를 맞은 대학 캠퍼스가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입학시즌에 맞춰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학생들의 시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기초 교내 곳곳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동아리 활동도 가입학생이 줄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도서관은 아침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만원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학가의 변모는 정치 경제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이후 대졸자의 심각한 취업난이 캠퍼스 풍경을 바꿔놓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학생운동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치성향이 강했던 대학 총학생회가 지지기반 약화로 방향전환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지난 몇년간 학생운동이 보여준 과격 폭력성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반응도 이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경찰도 올 한해 대학생들의 과격시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시위보다는 날로 늘어나는 실업자들이 단체행동을 벌일 경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그렇다고 학생운동의 급진적 요소가 근본적으로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난국’이라는 돌출변수로 잠시 모습을 감춘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향후 학생운동의 전개방향은 실업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학생들이 대량 실업사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대졸자의 취업기회가 크게 줄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잠재적 실업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운동이 경제적 요인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측이 비폭력노선을 강조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