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상외교 실속있게

  • 입력 1998년 3월 30일 19시 58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사흘 동안 런던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오후 출국한다.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나들이다. 과거 정상외교는 형식적 상징적 의미가 두드러진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김대통령 스스로 세일즈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실속있는 정상외교가 되길 기대한다.

ASEM은 96년 아시아와 유럽의 25개 국가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경제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다. 아시아의 금융위기 극복방안과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의 장래 등이 주 의제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협력을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런던은 세계금융의 중심지다. 김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 외에도 영국 금융계 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계획이다. IMF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제고함으로써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크게 회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우리 경제의 실상과 능력을 솔직히 설명하고 도움을 청한다면 어느 다른 외교 노력과는 비할 바 없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대한 국제적 지지와 이해를 넓히는 데도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김대통령은 개별회담이나 연설을 통해 자신의 대북(對北)정책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할 예정이다. 그럴 경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번 ASEM을 통해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통령이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와 갖는 개별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정착을 위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간의 군사적 대치는 여전하고 평화를 보장할 마땅한 장치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동북아 장래는 계속 불투명하다. 바로 이런 시기에 김대통령은 두 나라 수뇌와, 그것도 첫 회담을 갖는다. 4자회담과 대북정책 동북아안보협력문제 등 현안에 성과있기를 기대한다. 어업협정파기 일본군위안부문제 등으로 불편해진 한일(韓日)관계는 이번 기회에 정상화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해야 한다.

ASEM은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함께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지역외교의 한 축이다. 2000년에는 서울에서 ASEM 제3차회의가 열린다. 김대통령은 우리가 다음 주최국임을 명심하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외교성과를 거두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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