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차웅/불타는 「지구의 허파」

입력 1998-03-25 19:59수정 2009-09-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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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들은 문명세계에서 들어온 벌목근로자를 ‘쿠핑 인간’이라고 부른다. ‘쿠핑’은 밀림속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며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다. 70년대부터 트랙터와 전기톱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쓰러뜨리며 밀림을 잠식하는 벌목공들이 원주민들의 눈에 ‘흰개미 인간’으로 비친 것이다. 그러나 ‘쿠핑’은 또 있다. 브라질 각지에서 새 경작지를 찾아 밀림으로 떼지어 몰려드는 가난한 농민들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밀림에 불을 놓는 작업이다. 화전(火田)을 일구기 위해서다. 수만명에 달하는 이들은 계속 밀림속으로 이동하며 화전을 일구기 때문에 가구당 산림훼손규모가 보통 수백㏊에 이른다. 지금 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브라질 북부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우림화재도 이들 화전민들이 놓은 불이 화근이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열대림에서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화재는 전 지구적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엄청난 양의 탄산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또 지구의 산소공급원인 밀림면적이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선진국들이 열대우림 보존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은 화전민 대책과 열대우림 개발 포기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먼저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산업혁명 때부터 개발을 위해 산림을 마구 훼손하는 등 환경파괴를 해놓고 이제 와서 지구환경 보존의 책임을 가난한 자신들에게만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지구의 허파’가 손상되면서 대재앙이 닥쳐 오고 있는데도 티격태격 싸움만 하고 있는 꼴이다. 이 순간에도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

김차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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