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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5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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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은 산중에 말발굽소리가 들려오다니, 알리바바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언덕위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갔다. 그리고는 얼른 나뭇가지에 몸을 숨겼다. 그가 막 몸을 숨겼을 때 무장을 하고 말을 탄 사내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무시무시한 산도적들이었다.
도적의 무리들은 알리바바가 숨어 있는 나무 가까이까지 오더니 말을 멈추었다. 이어 두목의 신호에 따라 저마다 말에서 내려 주변의 나무에 말들을 매었다. 그리고 말잔등에 실린 자루들을 내려 저마다 어깨에 둘러멨다. 그 자루들은 몹시 무거운 듯 도적들은 하나같이 잔뜩 몸을 구부리고 걸었다. 그 자루에는 가득히 금화가 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돈자루를 둘러멘 도적들은 길게 한줄로 늘어서서 알리바바 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따라서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알리바바는 아주 쉽게 그 수를 세어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더도 덜도 아닌 마흔 명이었다.
돈자루를 짊어진 도적들은 언덕 기슭에 있는 커다란 바위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선두에 서 있던 두목은 짊어지고 온 자신의 돈자루를 땅에 내려놓고는 바위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열려라 참깨!”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뜻밖에도 그 커다란 바위가 두쪽으로 쩍 갈라졌던 것이다. 흡사 양쪽 미닫이 문이 열리는 것처럼 말이다.
바위가 열리자 두목은 약간 뒤로 물러나 부하들을 먼저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부하들이 모두 들어간 뒤에서야 그는 자신의 돈자루를 어깨에 둘러메고 뒤따라 들어갔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외쳤다.
“닫혀라 참깨!”
그러자 바위는 곧 닫혀 본래 모양으로 되었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알리바바는 겁에 질려 혼자말을 했다.
“저 커다란 바위가 말 한마디에 열리고 닫히다니, 저놈들은 마술을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마술의 힘으로 내가 여기 숨어 있다는 것을 저놈들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하면서 알리바바는 꼼짝하지 못하고 나무위에 숨어 있었다. 그의 당나귀들은 숲 속을 뛰놀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섣불리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가 도적들에게 발각되는 날이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바위 속으로 들어간 마흔 명의 도적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나올 줄을 몰랐다. 알리바바는 오줌이 마려웠지만 꾹 참으면서 다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저놈들은 대체 무엇을 하러 저 안에 들어간 것일까? 저 바위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이윽고 놈들이 나오는 기미가 보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 비슷한 울림이 지하에서부터 들려왔던 것이다. 이어 다시 바위가 열리고, 두목을 비롯한 마흔 명의 도적들이 빈 자루들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마흔 명이 모두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한 두목은 다시금 큰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닫혀라 참깨!”
그러자 두쪽으로 갈라졌던 바위는 다시 합쳐졌다. 다시 합쳐진 바위 위에는 갈라졌던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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