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75)

  • 입력 1998년 3월 24일 07시 56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43〉

교주는 마지막으로 세번째 여자를 향해 물었다.

“이제 그대 차례다. 그대가 그토록 사랑했던 쌍둥이 오빠가 죽었으니, 내가 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자 세번째 여자는 말했다.

“인자하신 임금님, 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시는 임금님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만, 저 또한 오빠가 죽어버린 이 마당에 달리 소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평생을 처녀의 몸으로 살겠다는 건가?”

“그것이 알라의 뜻이라면 저로서도 어찌하겠습니까?”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번째 여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교주는 마음 속 깊이 어떤 감동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그것이 알라의 뜻은 아닐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난 교주는 일동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 자매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만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대들을 위하여 한가지 기막힌 제안을 하고자 하는데, 반대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러자 일동은 교주를 향해 물었다.

“어떤 제안이시옵니까?”

교주는 대답했다.

“그대들 세 탁발승과 세 여자가 결혼을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세 탁발승은 모두 왕자의 신분이고, 또 세 여자는 저마다 미모가 빼어난데다 부자이니 결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교주의 이 놀라운 제안에 일동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는 갑자기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들을 향하여 교주는 말했다.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나의 제안이 엉뚱한 것만은 아닌가 보군.”

그렇게 하여 첫번째 탁발승은 첫번째 여자와, 두번째 탁발승은 두번째 여자와, 그리고 세번째 탁발승은 세번째 여자와 각각 결혼했다. 여섯 사람은 모두 행복했다.

그 뒤로도 얼마간 세 여자는 그녀들의 남편과 함께 교주의 궁전에 머물다가 마침내 남편을 따라 남편의 나라로 떠났다. 교주는 그녀들을 축복하며 그녀들의 남편이 고국에까지 무사히 돌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교주는 그날밤에 만났던 젊은 짐꾼을 불러 일만 디나르의 많은 금화를 상금으로 내주었다. 왜냐하면 사건의 발단은 그 짐꾼에게 있었고, 그 사건으로 인하여 교주는 세상에서 다시없이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교주의 상금 덕분에 짐꾼은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던 것은 물론 장사를 잘하여 훗날에는 바그다드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부호가 되었다.

사랑하는 나의 독자들이여, 나는 지금까지 샤라자드가 샤리야르 왕에게 들려준 세 여자와 세 탁발승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렸다. 그들의 그 기이한 신세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다음에 들려드리고자하는 알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적 이야기보다 더 기막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생은 기쁜 것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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