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한국인의 쇼비니즘

  • 입력 1998년 3월 13일 20시 49분


쇼비니즘은 맹목적이고 불합리한 애국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호전적 애국주의인 징고이즘과도 비슷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또는 여성이 남성에게 맹목적인 우월감을 갖는 것도 일종의 쇼비니즘이다.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쇼비니즘이 있다. 역사적으로 외침이 잦았고 조선조 5백년은 결국 외세에 국권을 빼앗겼다. 한국인의 일부 의식 속에 외세 배격론이 자리잡게 된 연유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일부 한국인들에 의해 표출되고 있는 쇼비니즘이 외국인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수입차협회가 공개한 외제차 피해유형은 듣기조차 민망하다. 못이나 열쇠로 차체를 마구 긁어놓거나 운전자를 매국노라고 몰아치는 등의 비뚤어진 애국심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한국인들의 적대적 행동이 통상마찰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이미 11대 무역대국으로 떠오른 한국이다. 지난해 외국에 내다판 승용차 대수만도 1백20만대에 이른다. 반면 수입차는 국내에서 8천1백대가 팔렸을 뿐이다. 그러잖아도 미국과 유럽연합(EU)국가들은 자동차무역 불균형에다 수입차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 소비절약과 외제차불매운동에 잔뜩 불만이다. 다음달부터 열릴 한미자동차협상에서도 수입차 차별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일면 국제경제체제의 보다 성숙한 일원이 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밀접하게 연계되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유시장경제이론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외국의 문화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도 서툴기 짝이 없다. 극단적인 쇼비니즘은 자기비하의 또다른 모습일 뿐이다.

〈김용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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