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33)

  • 입력 1998년 3월 12일 11시 18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01〉

“오, 충성된 자들의 임금님, 저 또한 어젯밤에는 알아뵙지 못하고 감히 무례한 짓을 하였습니다. 하해와 같이 넓으신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시오. 임금님의 노여움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면 저도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겠습니다. 들어보시옵소서.”

문지기 여자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퍽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을 때에는 막대한 유산을 남겨놓으셨습니다. 그때는 제 나이 열여섯이었습니다.

이듬해 저는 당대에 제일가는 부자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정이 채 들기도 전에 남편 또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신성한 유산법에 따라 저는 금화로 팔만디나르를 물려받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저는 원근에 그 이름이 알려질 만큼 부자가 되었습니다.

열일곱의 나이에 청상과부가 되어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난데없이 노파 한 사람이 저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턱의 살은 다 빠져 뼈만 앙상하고, 양 볼은 움푹 꺼지고, 눈가에는 온통 주름살투성이고, 눈은 벌겋게 짓물러 있었습니다. 이는 다 빠져 턱과 코가 닿을 것만 같은데, 코에서는 연신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얼굴은 빡빡 얽은 곰보였고, 머리는 벗겨져 털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머리털 하나 없는 머리통에는 불그죽죽한 얼룩이 져 있어서 뱀 같았으며, 등은 휘어져 고양이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없는 노파였습니다. 이런 끔찍한 노파에 대해서는 옛시인도 이런 시를 썼습니다.

불길한 마귀 할멈! 아무도 그 죄를 용서하지 못하리.

죽음의 자리에 눕는대도, 신은 자비를 내리지 않으리.

그 교활한 할멈의 손에 걸리면,

천 마리의 수탕나귀도 거미줄에 걸린 듯 달아나지 못하리.

노파는 저를 향하여 이마에 손을 대고 인사를 하더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오, 인자하신 분, 실은 저희집에 어미도 아비도 없는 불쌍한 처녀 하나가 있습니다. 오늘 밤 저희집에서는 그년의 결혼 피로연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몹시 가난한데다가, 이 고장 사람이 아니어서 친지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그것이 걱정입니다. 엎드려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은 부디 오늘 밤 피로연에 참석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아씨께서 와주신다면 이웃 부인들도 다투어 나오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씨 덕택에 그 처녀의 시름도 가실 것입니다. 지금 처녀는 몹시 풀죽어 있습니다. 전능하신 알라 이외에 의지할 분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말하고난 노파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신이 왕림해주신다면,

가난한 처녀에게 더없는 축복.

당신이 안 계시면, 찾아올 이 없이 쓸쓸한 피로연에

처녀는 혼자 울고 있으리.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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