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6세 큰아들 유치원 재등록

  • 입력 1998년 3월 4일 20시 49분


▼ 아내생각 ▼

김현주(31·전업주부·고양시 화정동)

큰아들 지운이(6)가 유치원에 다닌 지 벌써 1년이 됐네요. 당연히 올해도 유치원에 보낼 생각으로 지난해말 지원서를 냈어요.

그런데 지난주 등록마감일을 앞두고 남편이 불쑥 “지운이 유치원 올해는 쉬게 하는 게 어때?”라고 하는 거예요. 내년까지 계속 다니면 유치원만 3년을 다니게 된다면서 대신 예체능교육을 시켜보자네요. 미술학원 음악학원 아기스포츠단 같은 곳은 유치원과 비슷한 내용도 가르치면서 학비는 사립유치원의 절반정도면 된다는 거죠. 의견차이 때문에 아직도 등록을 못해서 추가등록을 해야 되게 생겼어요.

저는 지운이가 번듯한 유치원에서 훌륭한 선생님에게 배우길 바라요. 유치원 교육은 평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내성적인 지운이가 단체생활을 하면서 사회성도 더 키웠으면 합니다. 아이도 유치원을 무척 좋아하고요. 너무 자주 환경을 바꾸면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10월생이라 그런지 같은 나이의 아이보다 성장도 늦은 편이라 예체능교육은 이른 것 같아요. 혼자서 둘째 재우와 지운이를 함께 돌보기가 힘에 부치기도 합니다. 올해도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남편생각 ▼

박환수(34세·대우정보시스템 상거래팀장)

‘경제문제’가 심각해요. 봉급이 총액기준으로 20%가량 줄어들 것 같아요. 아파트 융자금을 격월로 25만, 50만원씩 갚고 있어서 1년에 2백만원 정도 드는 유치원 학비가 만만하지 않더군요.

회사 선배는 “유치원에 3년씩 보낼 필요는 없다. 일찍 보냈으면 한해쯤 쉬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도 좋다”고 합니다. 요즘 유치원 등록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해요.

‘아이는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운이를 5세에 유치원에 보낸 것은 혼자 둘째 재우까지 돌보느라 힘들어하는 아내를 걱정해서였죠. 이제 재우도 22개월째. 지운이가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해요.

돈도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미술 음악 체육 같은 것을 다양하게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유치원 생활만 세번씩 반복하는 것보다 미술학원이나 음악학원 같은 다른 환경에 적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마음놓고 놀 기회도 줘야죠.

애들과 종일 ‘전쟁’을 벌일 지운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하죠. 하지만 올해는 ‘집에서’ 지운이를 돌봐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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