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 논평]끝없는 알제리 流血내전

입력 1998-03-03 20:15수정 2009-09-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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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알제리 군사정권이 이슬람 정당 이슬람구국전선(FIS)의 압승이 예상되자 ‘총선무효’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FIS를 불법화했다. 이로 인해 촉발된 알제리 내전은 지금까지 약 8만명의 희생자를 냈고 지금도 유혈보복으로 매일 수십여명이 피살되고 있다.

알제리 집권당 전국민주연합(RND)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제1당으로 등장했으나 이슬람계 정당의 선거 참여를 금지하면서 부정선거를 자행해 야당과 유권자의 규탄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군당국이 과격세력 이슬람무장그룹(GIA)에 의한 민간인 학살극을 방조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겹쳐 알제리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군출신 리아민 제루알 대통령이 이끄는 알제리 군사정권의 신뢰는 이미 92년 선거무효선언으로 땅에 떨어졌다. 정권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97년 실시한 지방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져 국민이 3주간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9월이후 영국과 프랑스언론은 한때 군 정보당국에 근무했던 한 알제리인의 진술을 인용, “수도 알제 외곽지역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학살극에 정부기관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해 RND정권의 존립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정부측은 이와 관련,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의혹을 부채질했다.

최근의 학살극으로 국가와 정권에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짐에 따라 알제리정부는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한 국가홍보기구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재로서는 알제리정부의 정책이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야당탄압이다. 92년 선거를 계기로 FIS가 정권의 최대 위협으로 등장하자 FIS 흠집내기에 혈안이 됐었고 결국 정당을 해체시키는 비상수단을 동원했다.다른 하나는 대내외에 ‘흉내뿐인 민주주의’를 알리는 것이다. 제루알대통령이 95년 대선에서 61%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은 이같은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제사회도 그의 당선 직후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5년말 알제리의 대외부채 해결을 위해 1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그러나 제루알정권은 이듬해 부정시비를 겪으면서도 헌법을 개정,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를 무력화(無力化)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민간인 학살이 심해진 뒤 알제리 군사정부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GIA의 조직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측과 맞닿아 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알제리 정부가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내전에 개입하지 않고 △GIA의 관련자를 처벌하지 않았으며 △GIA 관련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서방언론들은 △반정부 이슬람그룹 제거 △군부통치의 정당화 △집권세력내 정권다툼 종식 등을 위해 알제리 정부가 교묘히 학살극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제루알정권은 현재 출범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IMF 구제금융으로 제1당 지위는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난으로 중산층이 무너져 정권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집권세력간의 분쟁이 지금까지는 ‘합의’를 통해 해결됐으나 최근에는 견해차가 너무 심해 위기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군부내의 알력도 거세져 군부가 정치적 타협에 의한 내전중단과 FIS의 정치권 복귀를 허용할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군부에서는 ‘휴전은 곧 패배’라는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이다.

알제리 집권세력, 특히 군부의 분열이 계속된다면 폭력과 정치권의 내부갈등은 피할 수 없다.

〈정리〓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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