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56)

  • 입력 1998년 3월 3일 07시 39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24〉

“오! 그렇지만 내가 진짜 누이동생이 아니라는 건 오빠도 알고 있잖아. 오빠의 진짜 누이동생은 카이로의 백부님 댁에 가 있다는 것은 오빠도 알고 있잖아.”

이 말을 들은 오빠는 놀란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도 오빠는 제가 카이로에 가 있다는 사실은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오년 동안 어른들은 저의 행방에 대하여 오빠에게는 일절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카이로에 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빠는 마음 속으로 몹시 기뻤습니다. 그러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비하야! 지난 오년 동안 난 너를 진짜 여동생으로 여기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너를 범할 수 있겠니? 언제까지나 나는 너의 오빠로 남고 싶을 뿐이야.”

오빠가 이렇게 말하자 사비하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빠는 아직도 오빠의 쌍둥이 여동생을 잊지 못하고 있군. 그렇다면 이제 난 어떻게 하면 좋지? 난 어떻게 하면 좋지? 지난 오년간 나는 오직 오빠의 사랑만을 기다리며 살았건만, 오빠는 끝내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니 말이야.”

이렇게 말하며 사비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며 오빠 또한 울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얘야! 지금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너는 내목숨을 구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오년 동안 친동생 이상으로 나를 아끼고 섬겨 왔는데, 내 어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그러자 사비하는 더욱 슬피 울며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빠가 말하는 사랑은 내가 오빠에게 기대했던 사랑이 아니야. 정말이지 나는 오빠의 여자가 되게 해달라고 밤마다 알라께 기도했어. 그러나 알라께서는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어. 오빠는 끝내 나를 여자로 대해 주지 않았어.”

그제서야 오빠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고백했습니다.

“오, 얘야!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 사실은 네가 나를 어떤 식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걸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아니란다. 내 곁에 누운 네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렸던 수많은 밤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었단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내가 너를 여자로 사랑할 수만 있었다면 오늘밤 나는 이렇게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알라께서는 나에게 오직 내 쌍둥이 누이동생만을 여자로 사랑하게끔 운명지어 놓으셨단다.”

이렇게 말하고 난 오빠 또한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사비하는 그러한 오빠의 머리를 쓸어안으며 울었습니다.

그날밤 두 사람은 밤새도록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사비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절망 때문에 울었고, 오빠는 그러한 사비하가 가여워 울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사비하는 따로 잤습니다. 그리고 오빠와 만나는 것도 자제했습니다. 오빠에 대한 자신의 연정을 억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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