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현대 수호신」이상민, 수줍은 「코트영웅」

  • 입력 1998년 2월 25일 19시 56분


‘산소같은 남자’, ‘바구니 지킴이’, ‘농구의 모든 것’…. 이 모든 수식어는 한 남자를 위한 것이다. 프로농구 현대다이냇의 포인트가드 이상민(26). 월드컵대표팀 차범근감독의 현역시절 배번이었던 등번호 11번은 이제 이상민의 등번호로 더 유명하다. 절묘한 볼핸들링과 드리블, 슈팅감각, 코트전면을 꿰뚫는 날카로운 눈. 농구선수가 갖춰야할 모든 덕목을 갖추었다는 최고의 찬사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스타다. 24일 현대와 SBS스타즈의 경기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현대의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된 순간에도 그는 여느 때처럼 말을 아꼈다. “시즌내내 주위의 기대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일차목표는 달성했으니 부담 하나는 덜었다는 생각입니다.” 그의 얼굴엔 기쁨보다 오히려 안도의 기색이 역력하다. 코트밖에서의 이상민은 말이 없다. X세대의 우상다운 외모에 화려한 웃음. 스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과분한 대접’이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의 일단을 드러내주는 일화 한토막. 대학 학과를 선택할 때 체육교육학과를 택하려다 사범대 필수과정인 교생실습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경영학과로 방향을 돌렸다. 매년 두차례 팬클럽 회원들과의 만남에서도 그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회원들이 마련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고 어색하면 간간이 미소를 흘리는 정도. 팬들에겐 오히려 이런 그가 매력 덩어리다. 숙소에서도 TV, 비디오를 보거나 게임기앞에 붙어있는 것이 오락의 전부. 어쩌다 나가서 친구를 만나도 영화를 보거나 당구치고 콘서트관람하며 조용히 지낸다. 코트 안팎에서 오빠부대의 환호속에 파묻혀사는 행운아. 그는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다들 우리가 우승후보라고 치켜세우잖아요. 게임이 안풀리면 괜히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 같아 미안해요. 더 잘하려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도 나오고….” 그동안 41게임을 거의 풀타임으로 뛰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한약을 먹고 있지만 그래도 힘이 부친다. 그러나 아직 할 일이 있다. “가장 큰 목표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우승입니다. 최우수선수(MVP)는 그 다음이지요.” 결연한 표정으로 포부를 밝히는 대목에선 평소의 그답지 않은 단호함이 느껴진다. 〈이 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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