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한진수/성숙한 자세를 갖자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제15대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김대중(金大中·DJ)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은 물론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도 그의 앞날에 좋은 일만 있기를 축복해야 하는 날이다. 왜냐 하면 대통령의 공과(功過) 특히 과는 모두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실례가 바로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이다. 그의 잘못으로 발생한 IMF체제의 고통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똑같이 받고 있지 않는가. ▼ 『대통령취임 6개월간 여야 협력관계 가졌으면』 ▼ 그런 점에서 우리도 새 대통령 취임 6개월 동안은 여야 그리고 언론도 협조적인 관계를 가졌으면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 선진국들의 관례이고 동양적 미덕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막혀 있어 답답하다. 불행했던 과거사 탓이겠지만 누군가 그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넘어가는 용단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여야 그리고 관리들의 단견(短見)과 대승적이지 못한 자세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야의 합의결과가 여야합의 이전보다 못하게 됐다. 우리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시켜 준 것 같아 씁쓸하고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두번째로 인사청문회 개최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의 결과이겠지만 공약은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한나라당도 김종필(金鍾泌)총리안을 통과시켜 준다는 것을 전제로 인사청문회의 개최를 받아 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눈앞의 이해 득실에 여야 모두 매달리는 것이 안타깝다. 세번째는 재벌정책.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인지, 자율이 안되면 타율에 의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것인지가 명쾌하지 못했다. 정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문제는 선택이고 선택한 것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네번째, DJ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발언과 같은 것은 없어져야 한다. 김총장은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명예총재에 대해 “법조인 출신이라기보다 자기 인기관리만을 위해 교묘하게 여론을 이용하는 타고난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서면조사든 방문조사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검찰의 제의를 거부한 이명예총재에 대한 김총장의 불편한 심기가 백번 옳다하더라도 그런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판사가 판결로만 말해야 하듯 검사도 수사의 결과로 말해야 한다. 아무리 정치적 변혁기라고 하지만 각자가 지켜야 할 위치는 지켜야 한다. 또하나 개운치 않은 것은 김대통령취임식 날인 25일 TV 3사가 전례없이 종일 특집방송을 하기로 결정한 사실이다. YS취임식 때는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의 섭섭했던 점에 대한 보상일까.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 같다. 더구나 IMF시대 아닌가. ▼ 『새정부출범前 몇가지 단견 실망감만 줘』 ▼ 끝으로 사소한 문제지만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 또 있다. 김대통령의 취임식에 참가하는 외국손님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명성황후’ 공연을 관람케 하는 것을 검토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됐지만 그 이유가 마음에 걸린다. 이유인즉 “공연히 한일관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엄연한 역사적 사건이고 ‘명성황후’는 하나의 작품이다. 우리는 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라가 잘되도록 하기 위해 모두가 대승적 자세를 갖자. 한진수<문화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