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준우/『역시 검찰은…』

  • 입력 1998년 2월 22일 21시 51분


대통령선거 와중에 한나라당이 터뜨린 ‘DJ 비자금사건’은 ‘역시’ 흐지부지 끝나가고 있다. 검찰은 황희정승이 그랬다는 것처럼 ‘둘 다’나무라고 여론을 다독거리는 식으로 ‘선심’처리하려 하고 있다. 법이 정치(政治)에 부닥치면 언제나 이런 결과가 나오게 마련인가. 검찰은 숱한 정치권 사건을 처리해왔지만 개운하게 해치운 적이 없다. 희한한 죄목으로 정치인을 옭아매거나 정치적 관행을 이유로 관용을 베푸는 등 ‘이중 잣대’로 사안을 재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국민은 ‘야당총재의 비자금이 그 정도라면 너희 수십년 여당은 얼마나 얻어 썼겠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검찰이 선거기간에 못하겠다고 버틴 것도 그런 여론을 업은 것이다. 그렇다해도 ‘옛날의’ 비자금만 골라서 파헤친 듯한 검찰, 그리고 ‘정치권의 관행’이라며 물러서는 ‘공익의 대변자’들을 보면서 관행이 ‘선행’이냐고 묻고 싶다. ‘법대로’라는 이미지로 대권주자가 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는 검찰의 서면질의서조차 ‘찢어버리고’ 출국했다. 경쟁 후보의 친인척 계좌까지 공개하면서 비자금이라고 주장하던 선거기간의 모습하고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조차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천하를 떨게 하는 사정(司正)비서관 배재욱(裵在昱)씨의 ‘범법행위’는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금융실명제의 골간인 비밀보호를 앞장서서 깨뜨린 그를 두고 실명제관련법을 운용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권말기의 ‘떨이’처럼, 새 정부출범의 ‘덤’처럼 국가형벌권을 헤프게 다루고 있다. ‘범죄는 있으나 처벌은 없다’는 위험한 전례를 만들고 있다. 하준우<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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