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46)

  • 입력 1998년 2월 20일 22시 29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14〉 “누구시죠?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죠?” 그 낯선 남자를 향하여 저는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낯선 남자는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날 알아보지 못하겠소? 삼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당신의 남편이었다오.” 그때야 저는 그가 바로 저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 쇠된 소리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러한 저를 향하여 남편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죽기 전에 당신을 한번만 보고 싶었을 뿐이오.” 이렇게 말한 남편은 그만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다급하게 달려가 그를 안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온갖 정성으로 그를 간호하였습니다. 저의 정성이 보람이 있어 남편은 사흘만에 다시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의식을 회복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삼 년 전 그날 당신과 헤어진 뒤 나는 마음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모든 것을 버리고 순례의 길을 떠났답니다. 당신과의 추억을 내 머리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것은 척박한 땅과 모래바람뿐이었습니다. 그 황폐한 대지를 걸어가면서도 당신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절의 갖가지 일들을 내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나는 마침내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깊은 병에 걸려버리고 말았고, 죽기 전에 다시 한번 당신을 만나보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저는 감당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비록 당신한테 버림받긴 했지만 당신과 함께 나눈 사랑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삼 년 전에 저는 당신을 만나 비로소 한 사람의 여자가 되었고, 당신으로 인하여 삶의 기쁨을 맛보았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아무 걱정마세요. 제가 당신의 병을 낫게 해드릴 테니까요.” 저는 남편의 머리를 안은 채 울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만 남편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애달픈 사랑의 추억만 내 가슴에 남겨둔 채 말입니다. 남편을 장례 지낸 뒤 저는 이복 언니인 이 첫번째 여자 댁으로 옮겨갔습니다. 언니 또한, 지금은 두 마리의 검은 암캐로 변해 있는 두 언니들의 흉계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겪은 기구한 사랑 이야기를 언니에게 들려주었고, 저의 이야기를 듣고난 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얘야, 세월은 모든 사람의 가슴 속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묘약이란다. 그저 무사히 살려주신 알라께 감사드리자.” 그때부터 저는 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만 그때 이후 저는 두번 다시 혼담은 입에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난 두번째 여자는 입을 다물었고, 그 기구한 사랑 이야기를 들은 교주는 크게 감동을 받은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세번째 여자가 앞으로 나섰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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