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타이타닉」의 남자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입력 1998-02-05 07:32수정 2009-09-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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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에서 비운의 연인 잭 도슨을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3)는 요절한 제임스 딘, 리버 피닉스의 반항아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의 적자(嫡子)로 지목돼 왔다. 금발의 미소년 이미지, 미간에 흐르는 야성의 음영, 구김살없는 활력은 전세계에 그의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했다. ‘길버트 그레이프’의 정신지체아 어니, ‘토털 이클립스’의 동성애 시인 랭보,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수청년 로미오 역을 거치며 그가 보여준 연기력은 동년배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능란하고도 비범한 것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두 가지 인상적인 장면. 그는 타이타닉 선상에서 자살하려는 귀족 처녀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구해준 후 그녀의 백만장자 약혼자로부터 답례의 저녁식사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 굴욕적인 질문을 받는다. “그래 3등칸에서 여행하는 기분은 어때요?” 그러나 도슨은 당당하다. “저는 속박 없는 활기(活氣)를 원합니다. 세상의 어디에 놓여 있건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저는 즐겁습니다.” 빙산에 강타당한 타이타닉이 끝내 침몰로 치닫자 승무원들은 귀족과 갑부들을 우선 살리기 위해 3등칸 객실의 통로를 폐쇄하고 생존의 좁은 문에 몰려선 가난한 승객들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그 위험 앞에서 주저없이 문을 부숴버리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금세기초까지 남아있던 봉건적 인습과 계층의 벽을 허무는 반항아의 이미지가 서려있다. 디카프리오의 어머니는 그를 임신한 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을 들여다볼 때마다 태아가 격심하게 발길질을 해대던 느낌을 잊지 못하고 갓난아기에게 이 거장예술가의 이름을 붙였다. 그가 ‘금세기 할리우드 서사극의 대단원’이라 불리는 ‘타이타닉’에서 가난한 화가지망생으로 나온 것은 이같은 작명(作名)과 인연이 닿았기 때문인가. 디카프리오는 이번 작품이 끝남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가 ‘삼총사’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철가면에 갇힌 사나이’에 출연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어떤 작품에 어떤 캐릭터로 등장하든, ‘타이타닉’ 최후의 장면―구사일생으로 살려낸 연인을 나뭇조각 위에 태운 뒤 자신은 차디찬 대서양의 심연으로 가라앉아 가는 그의 동사(凍死)한 얼굴은 관객들의 뇌리에 정지된 인상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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