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의 자기희생을

동아일보 입력 1998-01-18 20:26수정 2009-09-2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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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금명간 재벌그룹들이 발표할 구조개혁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노사정(勞使政)대타협을 이끌어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재벌개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남선알미늄과 롯데그룹 소유주가 거액의 개인재산을 회사에 헌납키로 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개인의 부(富)와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는 자기희생이 없으면 개혁은 요원하다. ‘국민을 감동시킬’ 재벌 스스로의 개혁실천이 절실하다. 사회가 재벌의 대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빚더미 경영과 무분별한 과잉 중복투자가 오늘의 국가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최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경제파탄의 책임을 통감하고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눈치를 살피며 개혁수위를 조절하고 이런 저런 구실을 대며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그룹간 대규모 사업교환(빅 딜)은 경쟁력을 잃은 재벌의 생존은 물론 산업 재편성을 통한 국가경제 회생에 최우선 과제다. 재벌은 이제 경쟁력있는 핵심사업으로 전문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당한 사업조정보다 팔 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계열사를 대대적으로 정리해 소수정예업종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각 그룹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총수 개인재산을 계열사 출자 형태로 내놓으라는 차기정부 권고에도 재벌들은 능동적으로 나와야 옳다. 개인재산이 별로 없다거나 여론재판 초법적(超法的)강요 운운하며 미적거리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유와 경영을 한손에 거머쥐고 무한(無限)권한을 행사해온 총수들은 경영부실에도 마땅히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사유재산을 무턱대고 헌납하라는 요구가 아닌 이상 부실경영 책임 차원에서 개인재산 출자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한 해 도산한 중소기업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자신과 친인척의 재산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은 근로자들을 볼 면목이 없어 자살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반면 부도낸 대기업주들은 자기 몫챙기는 데만 급급했지 개인재산을 내놓으며 회사와 근로자를 살리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재벌개혁의 성패는 재벌의 자세에 달렸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가 민심을 의식하고 당장의 위기 모면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하면 과거 정권처럼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 빅 딜이 용이하도록 기업 매매과정에 충분한 금융 세제지원을 해줘야 한다. 개인재산 헌납과 출자에도 세금 감면과 출처조사를 면제하는 등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타율에 의한 개혁은 성공확률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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