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김은상/오직 개혁…선택의 여지 없다

입력 1998-01-17 20:29수정 2009-09-2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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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산한 서울시내 거리를 보노라면 불황의 한파를 실감하게 된다. 소비자 정부 기업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본격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핍과 근검절약은 앞으로 우리가 해내야 할 위기극복과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 英도 IMF계기 개혁 달성 ▼ 지난달 발간된 미국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65∼95년의 30년간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을 받은 1백37개 국가 중 81개국은 지원실패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내핍과 근검절약 이상의 고통, 즉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에 따르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번 위기는 삭스MIT대교수의 지적처럼 정부 기업 금융계 노동계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핵심주체들의 비효율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개혁과정에서 치러야 할 고통의 강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도 사회전반에 고착화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의 타개에 뒤따를 엄청난 고통과 파장을 두려워한 이해집단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오늘날까지 미뤄져 왔던 것이다. 그동안 외국언론들은 한국이 두개의 기적을 이루었는데 첫번째가 불모지에서 경제개발을 이룩한 ‘한강의 기적’이라면 두번째는 극심한 행정규제와 방만한 기업경영, 경직된 노동시장, 낙후된 금융시스템 속에서도 세계11위 규모까지 끌어올린 ‘이상한 기적’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구체적 실행을 위한 각론의 방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IMF가 요구하는 총론적 조건들은 어차피 우리가 하려 했고 또 해야 할 일들인 만큼 IMF 프로그램은 개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20세기 전반까지 세계 국민총생산(GNP)의 10% 가까이 차지하고 세계일류의 기업들을 거느린 대영제국의 자존심은 대단했다. 그러나 76년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엄청난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냈고 특히 외국기업의 천국으로 변모했다. 재규어 로바 로스만스 등 주요기업이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된지 오래다. 지금 영국내의 외국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9%, 수출의 40%, 고용의 13%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영국은 외국기업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전 영국 일간지들은 영국의 자존심인 롤스로이스회사가 외국기업에 매각될 것이라는 기사보다 2000년까지 영국공장의 생산을 2배로 늘리겠다는 일본 혼다그룹의 결정에 오히려 무게를 둘 정도였다. 그간 영국을 자존심도 없는 나라라고 비웃던 독일 업계도 이제는 활기에 넘치는 영국경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영국의 성공은 작은 정부의 실현, 과감한 규제철폐, 금융빅뱅,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정리해고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치른 엄청난 고통의 대가였던 셈이다. 이제 우리는 개혁의 고삐를 늦출 수도 지체할 수도 없는 상황에 있다. 지난 82년 취임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웰치회장은 ‘개혁은 필요할 때 당장 해야 하는 것이며 날받아놓고 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요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경영철학으로 오늘의 GE를 일궈냈다. ▼ 고통 감수 위기 극복해야 ▼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어떠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번 위기를 훌륭히 극복해 21세기 무역대국 경제대국의 고지에 올라서야 한다. 수출을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해외에 나가 외화를 벌어오는 기업이 진정한 애국자일 뿐이다. 일찍이 민족시인 노산 이은상선생이 남긴 ‘고지가 바로 저긴데…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한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는 시구가 가슴에 더욱 와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은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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