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98년 판도]「돌부처」이창호에게 물어보라!

입력 1998-01-14 20:07수정 2009-09-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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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기단은 어느 기사의 무대가 될까. 지난해 최다승기록상 승률1위상 연승기록상을 받았던 ‘돌부처’ 이창호9단의 승승장구가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이9단의 독주를 강력하게 제지하면서 ‘이―조시대’를 열고 있는 ‘제비’ 조훈현9단의 ‘부활’이 유지될 것인가. ‘잡초’ 서봉수9단은 어떨까. 그는 지난해 열린 진로배에서 중국과 일본의 최고수 9명을 단기필마로 ‘돌파’하면서 한국바둑의 뚝심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동안 다소 부진했던 ‘화려한 공격수’ 유창혁9단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은 어떤 바람을 몰고 올까. 한국 바둑계를 대표하는 이들 4인방 자신들은 누가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점치고 있을까.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9단은 모두 주저하지 않고 이9단을 꼽았다. “젊고 바둑이 안정돼 있다”(조9단) “세계 제1인자다. 체력과 기술이 좋다. 수읽기와 계산에 밝고 끝내기가 탁월하다”(서9단) “무너지지 않는 바둑 스타일이다. 현재 전성기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유9단)는 것이 이들의 분석. 그러나 정작 이9단은 이 질문에 대해 별말이 없었다. 마지못해 한 대답은 “글쎄요”. 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돌부처’의 마음을 누가 알까. 그렇다면 이9단에 맞설 수 있는 기사는 누구일까. 서9단은 서슴지 않고 조9단을 꼽았다. “연초부터 이―조의 사제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유9단은 지난해 국내대회에서 부진했다”는 설명. 기단에서도 이 점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인데도 조9단은 다른 생각이었다. “부침이 심한 유9단이 회복만 하면 가장 유력하다”며 “공격적인 바둑을 구사하는 유9단이 자신의 특기를 잘 살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천하무적’ 제자 때문에 쑥스러운가. 이에 비해 유9단은 “알 수 없다”는 다소 유보적인 대답. 조9단과 서9단은 “본인이 가장 필적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각각 “나이가 많아서” “바둑이 약해서”라며 한발 물러서는 40대 중반의 여유를 보여줬다. 이들 4인방은 일본 바둑계에서는 조치훈9단의 천하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조9단은 일본의 3대 기전인 기세이(棋聖) 혼인보(本因坊) 메이진(名人)을 96년 또다시 획득하는 대삼관(大三冠)의 위업을 이뤘고 지난해는 이를 모두 방어했다. 조9단의 천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대해서도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이9단) “확고한 1인자다. 1∼2년은 군림할 것”(서9단) “뛰어난 사람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무너지지 않을 것”(유9단)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조9단)로 느낌이 비슷했다. 14일 시작된 30대 초반의 요다 요리모토(依田紀基)9단과의 기세이전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데도 대체로 의견이 같았다. 중국 바둑계에서는 1인자였던 마샤오춘(馬曉春)9단이 주춤하고 대신 창하오(尙昊) 8단, 왕레이(王磊)9단, 저우허양(周鶴洋)7단 등 신예들이 대거 부상하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중국 및 일본기사와의 대결과 관련, 조9단은 “프로의 세계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아직은 한국이 잘하고 있다”고 상당히 낙관하는 듯이 말했고 이9단은 “승률은 반반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양영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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