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08)

  • 입력 1998년 1월 10일 08시 36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76〉 하나같이 아름다운 마흔 명의 처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니 나는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용기를 내어 한 처녀를 가리켰습니다. 내가 가리킨 처녀는 눈빛이 영롱하여 더없이 신비롭고, 몸매가 날씬한 처녀였습니다. 젖가슴은 불룩하고, 허리는 잘록했으며, 피부는 더없이 맑고 깨끗하여 이제 막 피어난 수선화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그처럼 아름다운 여자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내가 그 처녀를 가리키는 순간 서른 아홉 명의 다른 처녀들은 부러움의 탄성을 지르며 축하를 보냈습니다. 나에 의하여 선택받은 당사자는 몹시 수줍은지 발그스름하게 뺨을 붉혔습니다만, 그러면서도 쌩긋 기쁨에 찬 미소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쌩긋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나는 몸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서른 아홉 명의 처녀들은 그날 밤 나와 잠자리를 함께 할 처녀를 장미수에 목욕시켰습니다. 그리고 얇은 잠옷으로 갈아입히는 등 잠자리에 들 몸단장을 시켰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처녀들은 우리 두 사람을 비단 휘장이 드리워진 깊고 그윽한 침실로 안내했습니다. 일동이 돌아가고 우리 두 사람만 남겨졌을 때 나는 수줍음과 설렘으로 숨소리마저 할딱거리고 있는 처녀를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처음 한동안 처녀는 부끄러움으로 몸둘 바를 몰라 약간의 앙탈을 부려 내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몸짓마저도 나에게는 여간 사랑스럽지가 않았습니다. 그 순진한 처녀를 길들이기 위하여 나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더없이 다정스레 애무했습니다. 그러자 처녀는 쾌락의 파도가 밀려와 견딜 수가 없었던지 급기야는 와락 내 목에 매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몸을 고스란히 나에게 맡겼습니다. 나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 사랑스런 처녀의 비밀스런 쾌락의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정말이지 그녀는 완벽했습니다. 때로 거부하는 듯하고 때로 갈구하는 듯한 몸짓이, 때로 속삭이는 듯하고 때로 울부짖는 듯한 신음소리가 끝없이 이어지면서 그녀는 나에게 더없이 섬세하고 애틋한 쾌락을 맛보게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그렇게 감미롭고도 청순한 처녀는 처음이었습니다. 나의 영혼은 녹아 그녀의 영혼과 합해지는 것 같았고,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일렁이는 파도 위를 끝없이 부유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꿈같은 정사가 끝난 뒤 처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속삭였습니다. “오, 내 사랑! 당신은 저에게 열락의 꽃을 피워주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당신은 마흔 명의 처녀들 중에서도 제일 먼저 저를 택하셨죠?” 나 또한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습니다. “그야 당신이 제일 예쁘기 때문이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처녀는 내 가슴패기를 장난스럽게 때리며 말했습니다. “어머! 당신은 잘도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몹시 기쁜지 그녀는 쌩긋 웃었습니다. 그 쌩긋 웃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나는 다시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고, 그리하여 나는 다시금 그녀를 자빠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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