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됐다』 김정혁(29·전남 드래곤즈). 해를 넘기면 30세. 그렇지만 3년만에 다시 단 태극마크가 감격스럽다.『다시 대표 선수가 됐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고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훈련이 시작되면 앞장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그에게도 「한국의 마라도나」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던가. 고비 때마다 부상 등 악운이 그를 괴롭혔다.
청소년대표때는 이가 부러졌고 유니버시아드 대표선수때는 발목을 다쳤다.
91년 프로신인드래프트 당시 대우가 1, 2순위로 지명한 신태용과 이태홍을 한꺼번에 일화에 내주며 그를 스카우트했을 때 솔직히 마음은 들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적응이 안됐다.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은 92년. 프로에서 별 활약을 못했는데도 엉겁결에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
『이번만큼은 잘하자』며 정말 열심히 뛰었고 92다이너스티컵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94년 미국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독일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쳐 또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군입대. 96년 1월 제대한뒤 대우로 복귀했으나 주전으로 뛸 자리는 없었다.
「한물갔다」는 평가와 함께 신생팀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당하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전남에서 허정무감독을 만난 것은 그에겐 일대 행운이었다.
허감독의 격려속에 공격수에서 사이드어태커로 변신한 그는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올 FA컵과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
『대표팀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훈련에 온 힘을 쏟겠다』 지금 그는 입술을 깨물며 「뒤늦은 스타탄생」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