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 대통령에 바란다]김종심/먼저 「고해」부터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41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당선 첫 기자회견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성실하고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한 대목은 간곡하고 진솔했다. 정말 국민의 도움 없이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한다.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앞으로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짊어져야 할 국민이 대통령을 믿고 따르지 않는 한 우리 앞에 가로놓인 고난의 강은 건널 수 없다. ▼ 「反DJ」 감싸 안으려면 그러나 선거에 나타난 표의 성향으로 보면 김당선자를 믿고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국민은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의 40.3%밖에 안된다. 「정권교체가 최고의 선(善)」이라는 그의 선거구호를 지지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59.7%는 「3김청산」이나 「세대교체」를 지지했고 전체 유권자의 19.3%는 아예 기권했다. 김당선자를 반대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3김청산과 세대교체가 겨눈 타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김당선자 자신이다. 김당선자야 말로 청산하고 극복해야 할 3김정치의 화신이며 낡은 세대의 표상이라는 주장이다. 김당선자는 우리 정치의 부정적 측면인 정경유착 부정부패 사당(私黨)정치 지역주의의 한 축을 이뤄온 사람이며 김당선자 개인은 말바꾸기의 명수라는 비난이다. 그들의 「반 김대중 정서」는 완고하다. 실제로 김당선자가 3김정치, 정확하게 말하자면 개발독재시대와 겹친 3김시대정치의 공동 주역이었던 것만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정권교체에 의한 민주주의의 정착과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현실적 역사적 요청에 표를 던진 것이지 김당선자의 도덕적 순결성에 표를 던진 것은 아닐 것이다. 선거운동기간에 터져나온 「김대중비자금」 사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 역시 김당선자의 「상대적 무죄」를 인정한 데 불과할 것이다. 노태우(盧泰愚)자금 20억원에 대한 김당선자의 해명도 진솔했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이 앞으로 김당선자가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에서 무거운 짐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구나 김당선자는 선거용으로 내세웠던 1백70개 공약 중 상당수를 포기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공산이 크다. 내각제공약조차 지키고자 해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공약이 결과적으로 「거짓말」로 드러나고 그것이 김당선자가 말바꾸기의 명수임을 입증하는 새 사례로 인용되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게 돼 있다. 김당선자는 이것부터 털어내야 한다. 선거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지역이나 계층의 「승자 독식」 우려는 측근정치 배제와 공정한 인사로 불식하면 된다. 사당정치 붕당정치 우려도 정당구조나 선거제도 개혁 등으로 풀어낼 수 있다. 그러나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3김시대정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도려내는 데는 기득권층의 만만찮은 저항과 반격이 따를 것이다. 이 저항에 밀리면 김영삼(金泳三)개혁의 전철을 되밟을 수밖에 없다. ▼ 과거 의혹 다 털어놓아야 김영삼개혁이 실패한 것은 개혁 출발의 고천제(告天祭)와도 같은 자기고해(自己告解)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독야청청을 가장했기 때문이다. 김당선자는 이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자금이든 말바꾸기든 그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불행했던 과거를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심기일전 새 출발을 호소하고 다짐해야 한다. 형식이야 어떻든 그런 감동의 제의(祭儀)를 거치지 않고는 60%의 비(非)지지자들로부터 심복(心服)을 이끌어낼 수 없다. 김당선자가 해야 할 급하고 어려운 일은 이러한 고해성사다. 김종심(본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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