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현대 이상민 3점슛 『위력 두배』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그렇게 슛을 쏘라고 해도 말을 안 들어. 아니, 어시스트가 그렇게 좋은가』 이상민(현대다이냇)의 연세대 재학시절 최희암 감독은 늘 이렇게 투덜댔다. 패스 어시스트 드라이브인 리바운드 등 모든 면이 나무랄데 없는데 단 한가지, 슛을 너무 아낀다는 불만이었다. 포인트가드라도 외곽에서 슛찬스가 나면 던져야 한다. 그래야 포인트가드로서의 파괴력도 배가되는 법이다. 이상민은 이 때문에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불리면서도 항상 『슛만 있으면 금상첨화인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97∼98프로농구가 한창인 요즘 농구인들은 『이상민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아끼던 외곽슛을 이젠 펑펑 터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가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도 이상민의 변신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가 라이벌 삼성썬더스를 1백대86으로 대파한 14일 삼성의 전창진 운영팀장의 푸념. 『상민이는 우리하고만 하면 슛이 미친 듯이 들어간단 말이야』 이날 이상민은 3점슛 3개 등 22득점. 이는 맥도웰(30점) 추승균(23점)에 이어 팀내 3위. 그렇다고 해서 이상민이 갑자기 슈터로 탈바꿈한 것은 아니다. 그는 득점랭킹 20위내에도 들어있지 않다. 3점슛은 경기당 1.8개로 10위. 그런데도 왜 갑자기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가. 이유는 바로 이상민의 슛이 중요한 고비에서 터지기 때문이다. 살얼음을 딛는 듯한 시소게임에서, 다른 동료들이 상대수비에 꽁꽁 묶여 패스를 받기 어려운 경우, 마크맨이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고 있으면 어김없이 이상민의 외곽포가 터진다. 이때의 슛은 단순한 3점슛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대 선수들은 맥이 빠진다. 반면 동료들은 예기치 않았던 「한방」에 힘이 솟는다. 3점슛라인은 반경 6.25m. 그러나 이상민은 7m 가까운 거리에서도 겁없이 슛을 던진다. 마크맨이 『설마 저기서…』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어김없이 「한방」이 나온다. 이상민은 수비가 바짝 붙으면 3점슛을 쏘지 못한다. 슛동작이 느린데다 거의 점프를 하지 않아 슛이 마크맨의 손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상민의 슛이 많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상민의 슛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홍대부고시절 이상민은 경기당 20∼30점을 쏟아붓곤 했다. 그러나 연세대에 진학한 뒤 문경은 정재근 등 선배슈터들을 살리기 위해 어시스트에 주력하다보니 슛과는 거리가 멀어졌던 것. 수비가 바짝 붙으면 돌파해서 드라이브인슛을 쏘고, 떨어지면 거침없이 「한방」을 터뜨리고…. 프로무대에서 이상민의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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