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납치사건」재론될까…日정부-정가 미묘한 기류

  • 입력 1997년 12월 19일 20시 24분


김대중(金大中)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73년 8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했던 이른바 「김대중 납치사건」에 일본 정부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유신독재에 맞서 반정부 투쟁을 벌이던 김대중당선자가 도쿄 팰레스호텔에서 한국의 정보기관으로부터 납치당해 엿새만에 풀려난 사건으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채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거 기간중 김당선자의 지지율이 계속 선두를 유지하자 일본내에서는 미묘한 불안감이 떠돌았다. 이런 기류를 읽은 김당선자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취임 후 정부 차원에서 재조사를 요구하지 않겠다. 과거사로 한일관계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일 외무성은 김당선자의 이같은 다짐에 대해 『그가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납치사건을 거론해 관계를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 기류는 다르다. 납치사건 후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당시 박정희(朴正熙)정권과 「타협」을 통해 사건을 유야무야했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일본 경찰은 범인 중에 주일한국대사관 김동운(金東雲)서기관 등이 가담했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도 수사의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현재 경시청내에는 아직도 이 사건 담당수사부가 남아 있다. 이 사건과 관련, 9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 당선자가 93년 영국으로 가던 중 나리타(成田)공항에 들러 경찰의 조사에 응한 적이 있으며 같은 해 「김대중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의 모임(공동위원장 한승헌변호사)」이 결성돼 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당장 한일 외교상 현안으로 떠오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김당선자가 이 문제를 「과거사」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 역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해 재론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대변인 무라오카 가네조(村岡兼造)는 『불행한 사건으로 외교적 해결이 끝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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