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F시대의 얌체들

  • 입력 1997년 12월 16일 20시 38분


돈 좀 있는 일부 부류의 행태가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나라가 부도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때를 놓칠세라 서울 강남의 한 은행창구에 15만달러를 팔겠다고 나타난 사람이 있었다는 보도다. 그런가 하면 강남 일대 카페 골목엔 부유층 2세들이 타고온 외제승용차가 줄을 서고 고급양주 송년회가 한창이라고 한다. 서민들 가계가 어렵고 어린이들까지 1달러 모으기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이런 부류가 있다니 그 의식수준이 망국적이다. 지난 1주일 동안 온나라는 달러와의 전쟁을 치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지원을 받고도 연말까지 단기외채를 갚을 외화가 모자라 외화부도 직전 상황에 몰렸고 환율은 연일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나라경제가 그대로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위기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소문대로 거액의 달러를 장롱 속에 사재기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역적이 따로 없다. 그들은 필시 나라야 망하든 말든 환율이 한 2천원쯤으로 뛰기를 내심 빌고 있었을지 모른다. 세간에는 퇴장된 외화가 1백억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이런 짓거리들이 외화부족을 가중시켰다. 나라의 위기를 외면하고 오히려 자기잇속에 악용한 이런 작태는 이기주의의 극치다. 어떤 방법으로든 단죄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감정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그 고통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려면 온 국민의 합심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는 1억원짜리 밍크코트가 여전히 팔리는 등 부유층의 호화와 사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사재기까지 겹쳐 젖먹이의 분유마저 바닥나고 밀가루와 설탕 등 생필품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저마다 자기 생각만 한다면 난국극복은 어렵다. 공동체의 위기와 고통만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제발 이성을 되찾고 이러지들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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