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데스퍼레이션」,두려움 배어나는「밤의 소설」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0시 16분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는 세가지 포인트. 첫째, 써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될 때마다 황금알을 터뜨리는 인기작가라는 점. 존 그리샴과 더불어 미국 최고의 대중작가로 손꼽힌다. 둘째, 그의 소설은 「왠지」 국내에서는 잘 읽히지 않는다는 점. 「미저리」와 「쇼생크 탈출」이 단적인 예. 영화로는 성공했지만 원작소설의 반응은 미미했다. 셋째, 최근 환상소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그의 작품은 이제, 더 이상 대중소설만은 아니다. 황금가지에서 펴낸 「데스퍼레이션」과 「통제자들」. 19세기 선배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원초적 공포와 두려움을 환상적인 기법으로 그려낸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거울 나라의 엘리스」처럼 자매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는 두 작품. 작중 무대와 배경에서부터 세기말의 음울함과 혼란스러움을 한껏 부추긴다. 19세기말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탄광촌과 20세기말 동부 오하이오주의 교외라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이 동시에 같은 지역에 등장해 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대 김성곤교수(미국문학)는 이렇게 평했다. 「그의 소설은 밤의 소설이다. 그는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이 세상의 모든 어두움과 악의 본질과 대면한다. 그는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으로 내려가 그 속에 숨어 우리를 통제하는 암흑의 핵심을 드러낸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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