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주제로 했던 1일 저녁의 TV3사 대통령후보 합동토론회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외형은 미국식 토론회를 모방했으나 내용에서는 선진국형 토론문화와 거리가 멀었다. 후보들은 경제를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정책 비교라는 취지는 빛이 바랬다.
후보들은 토론주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공방을 되풀이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정치인들로서 자신들의 직간접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의 빛은 보이지 않은 채 경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상대 약점캐기에 몰두했다. 처방에서도 「3김청산」 「정권교체」 「세대교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많은 국민은 경제위기가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알고 있다. 외마디 구호가 만병통치약일 수 없다는 것은 더욱 잘 안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한심한 비방전과 말꼬리잡기로 토론의 신선미를 떨어뜨리고 시청자를 헷갈리게 했다.
경제에 관한 후보들의 발언은 공허했고 때로 모순됐다. 실업자를 줄이겠다면서 어떻게 줄일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긴축예산을 짜야 한다면서 무엇에 몇조원, 또 무엇에 몇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상대의 발언이 「추상적이고 원론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도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상대와 「의견을 달리 한다」면서도 다른 의견을 내지 못했다. 정책의 차별화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경제적 국난을 맞은 국민들은 차기 정부를 맡겠다는 후보들의 설득력 있는 비전을 듣고 싶어 했다. 최소한 고뇌를 함께 하기를 기대했다. 세 차례의 합동토론회 가운데 첫 주제가 경제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은 속시원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국민과 고민을 나누겠다는 자세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거품잔치는 끝나고 고통이 시작됐음을 모르는 국민이 없는데도 후보들은 고통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동 없는 토론회가 되고 말았다.
진행방식은 패널리스트들이 주관을 앞세워 후보를 압박하던 회견식 토론보다 공정성면에서 좀 나아졌다고 해도 진행자의 재량을 너무 제한해 토론의 경직화를 불렀다. 주제를 벗어난 발언을 제지할 수단을 진행자가 전혀 갖지 못한 것은 최대의 허점이었다. 7일과 14일의 합동토론회에서는 이런 미비점이 보완돼야 한다. 역할을 제한해 패널리스트를 두든지 사회자의 재량을 늘리는 것도 검토대상이다. 토론이 재치문답에 흐르지 않도록 시간과 의제를 관리하는 문제도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들의 자세다. 남은 토론회에서라도 정책과 비전의 대결로 국민의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후보들은 상대를 헐뜯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유권자들은 식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