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경제한파에 따른 문화계 「불황」

  • 입력 1997년 12월 2일 20시 03분


▼요즘 문화계도 불황이 심각하다. 공연장은 객석이 텅 비어 있기 일쑤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출판사나 서점들도 심한 경영난으로 도산하거나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화가 아예 실종되지 않겠느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문화종사자들은 대량실업 등 닥쳐올 엄청난 경제한파에 위축돼 푸념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체육분야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프로농구가 개막됐으나 관중감소 등으로 그 열기가 지난 시즌과 같지 않다. 해태 쌍방울 등 부도기업들이 포함된 프로야구계도 팀마다 감원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이 감량경영을 내세워 산하 스포츠팀을 해체하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다.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스포츠나 문화분야는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벌그룹인 코오롱이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영웅 황영조선수를 명예이사직에서 해촉했다는 소식은 단순히 기업의 「감량경영」이나 「정리해고」 수준으로 보아 넘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얼마 전까지 마라톤 중흥의 기수를 자처해온 대기업이 「마라톤의 대명사」 황영조선수를 버렸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코오롱측이 내세운 「회사 업무참여 거부」라는 해촉사유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저버린 일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코오롱이 황선수를 평생이사직에 위촉한 것은 조국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긴 업적을 인정해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요즘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마이클 조던이나 박찬호 같은 스포츠 스타가 엄청난 상품매출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비록 기업이 어렵다고는 해도 오히려 황영조같은 스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진취적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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