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은 유럽의 관문이다. 비행기 이착륙 대수나 이동하는 사람들 수에서나 유럽 최대규모다. 이런 복잡한 공항 안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승객을 볼 수 있다. 담배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피우다 남은 꽁초를 그냥 대합실 바닥에 비벼 끈다.
그렇게 해도 야단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도착하는 새로 지은 2청사에도 금연지역이 없다. 흡연자를 위해 재떨이를 잘 비치해 놓고 있다.
사정은 식당이나 길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생긴 일부 식당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구분해 예약받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식당은 「흡연가(可)」다. 담배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기호품으로 예나 지금이나 확실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버릴 때는 쓰레기통보다 그냥 길바닥에 버리라고 한다. 불이 채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넣어 불을 내는 것보다는 길바닥에 버리는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바닥 담배쓰레기는 매일 아침 청소차가 말끔히 치운다.
이곳의 담뱃값은 갑당 2천5백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담뱃값에는 청소비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흡연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환경을 더럽힌다는 생각은 별로 안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독일의 흡연인구는 많다. 그중에서 독일 여성의 흡연 정도는 길거리에서 느끼는 체감률만으로도 엄청나다. 남성들을 전부 전쟁터로 몰아넣은 두차례의 세계대전이 독일 여성들로 하여금 담배를 많이 피우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젊은 독일 여성들도 어머니세대를 본떠 담배를 많이 피운다고 한다.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을 빗대어 하는 이야기가 될지 몰라도 여하튼 독일이 아직까지 흡연자에게 관대한 이유 중의 하나에 여성흡연자가 많다는 사실도 포함될 것 같다. 독일은 앞으로도 당분간 흡연자 천국이라는 명성을 누리는데 별 이상은 없을 것 같다.
김한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프랑크푸르트무역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