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마당에 「돈선거」라니…

  • 입력 1997년 11월 29일 20시 12분


대통령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돈 선거」 시비가 불거진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터에, 무엇보다도 국가경제가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이때에 그런 시비가 나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 이것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한나라당이 재벌로부터 거액을 받아 각종 행사비용만으로도 수백억원을 썼으며 돈을 주고 후원회원을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형적인 흑색선전」이라고 일축,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일부 지역의 한나라당 정당연설회에서는 청중동원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언론에 잇따라 포착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실확인에 착수했다고 한다. 선관위는 사실여부를 조속히 규명, 그 결과에 따라 어느 쪽인가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회의나 국민신당에는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도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당들도 폭로와 반박에만 치중하지 말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해야 옳다. 이를 통해 어느 정당이건 「돈 선거」의 싹이 보이면 처음부터 철저히 잘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이 경제침몰을 부채질하고 당선자도 불행한 사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영삼(金泳三)정권은 정경유착과 대선자금의 원죄(原罪)에 임기내내 발목이 잡혀 할 일도 제대로 못했다. 각 후보 진영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돈 선거」의 유혹을 떨쳐 버려야 한다. 정치권은 특히 부도위기에 처한 국가현실과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국민정서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치권이 경제 실상이나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의식과 행태를 바꾸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