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32〉
수도가 함락되고 백부님이 전사하자 나는 교외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놈들에게 붙잡히는 날에는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새로운 고생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교외로 도망쳐 나오기는 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나의 목에는 막대한 현상금이 걸려 있어서 도성사람들이나 군사들은 나를 찾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 끝에 나는 머리를 깎고 수염과 눈썹을 밀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변장을 하지 않고는 무사히 달아날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머리와 수염과 눈썹을 모두 밀어버리고 비단옷 대신 탁발승의 누더기를 걸친 다음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변장을 한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신앙심 깊은 탁발승으로 알고 동냥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구걸을 하며 나는 마침내 백부님의 도성을 빠져나와 바그다드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내가 바그다드로 온 것은 행여 누군가의 주선으로 교주님을 뵈올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교주님을 뵐 수만 있다면 그 분은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함으로써 국법을 어지럽힌 그 배은망덕한 대신의 문제를 재판해주실 테니까요.
이 도시에 도착하기는 했습니다만 초행인데다가 누구 한 사람 아는 사람도 없는지라 어디 가서 하룻밤을 자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 두번째 스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알고보니 이분 또한 나와 같이 외국에서 온 나그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동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한분의 스님이 오셨습니다. 그것도 운명이겠지만 그 세번째 스님 또한 외국에서 온 나그네였습니다. 우리 세 사람은 함께 걷다가 우연히 이 집 앞에 이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집에서 즐거운 노랫소리가 나는 걸 듣고 문을 두드렸던 것입니다. 하룻밤 잠자리를 구할까 하고 말입니다.
이것이 제가 수염과 눈썹을 깎아버리고 왼쪽 눈알을 잃어버린 경위이며, 여기까지 오게 된 노정입니다. 제발 저의 신세를 가엾게 여기시고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난 첫번째 탁발승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주는 쟈아파르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알라께 맹세코, 나는 저 탁발승의 신세 이야기보다 더 기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그때 여주인은 첫번째 탁발승을 향해 말했다.
『당신은 살려 줄테니 돌아가도 좋소!』
그러나 첫번째 탁발승은 말했다.
『그렇지만 저는 다른 두 스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돌아가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두 분 스님은 저의 형제나 마찬가지니까요』
『돌아가지 않겠다면 그건 당신 좋으실대로 하구려』
여주인이 말했다. 그때 두번째 탁발승이 앞으로 나와 여주인앞에 무릎을 꿇고 절한 다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