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영환/남북한 동시감군 추진하자

  • 입력 1997년 11월 24일 07시 36분


이제는 남북한 동시감군을 추진하자.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이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냉전체제 종식과 팍스아메리카나의 등장이다. 우리는 남북대결의 출발점이 동서냉전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제 냉전은 종식되었다. 북한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미국 관리들이다. 미국주도하의 세계평화체제 아래서 남북한 동시감군을 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둘째는 북한도 감군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지도부가 원하는 것은 체제유지다. 서신왕래나 친척방문 등 극히 기본적인 남북교류마저 거부하는 이유는 체제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감군은 북한체제에 도움을 준다.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으로서는 몇십만명의 군인을 산업인력화한다면 그것은 곧 보다 많은 쌀과 생필품의 증산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병력의 산업인력화가 경제위기 탈출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셋째는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현재의 경제력으로는 전쟁을 일으켜도 승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이는 자포자기 심리를 부추겨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런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한 동시감군이야말로 이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요컨대 경제원조 제공 이전에, 혹은 경제원조의 전제조건으로 남북한 동시감군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본전략 없이 남북문제를 다뤄 왔다. 상황발생시의 전술적 대처만 일삼아온 셈이다. 우리 돈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고 경제원조를 제공하는데 왜 질질 끌려만 다니는가. 북한측이 걸핏하면 미군철수를 들고 나오는데 4자회담 등에서 왜 남북한 동시감군을 의제로 밀지 못하는가. 온 국민이 공감하는 기본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좋은 기회다. 국민 전체의 합의로 남북 동시감군을 추진할 때 미국과 북한도 이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여론의 향배를 중시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밀실에서만 결정되어온 대북정책을 여론의 광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근시안적 대책만으로 일관해 왔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우리는 전쟁위험에 떨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넓은 안목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기본전략을 세울 때다. 이영환(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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