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이사철대변인의 폭언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4분


신한국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19일 어느 언론사도 실시하지 않은 「유령 여론조사」를 「모 중앙 유력일간지의 조사내용」이라며 대변인 성명으로 발표, 물의를 빚었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대변인은 20일자 동아일보가 성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기자실에 찾아와 『이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등 폭언을 퍼부었다.

문제의 성명 발표후 당 고위관계자가 성명내용의 수정이나 취소를 지시했음에도 그는 『잘못이 없다. 19일자 모 조간신문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고 강변했다.

이대변인의 「언론에 책임 떠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사상문제가 거론됐을 때 「6.25 직후 좌익활동을 했던 김총재가 해군 헌병대에 처형되기 일보 직전에 탈출했다」는 모잡지의 기사내용을 성명으로 발표했었다.

당시 기자들이 잡지기사의 신빙성을 문제삼자 그는 『잡지에 보도됐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평소 한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잡지냐』는 질문에 『본적은 없다』고 군색한 답변을 했었다.

그는 이런 발표에 앞서 『언론에 나온 것을 어떻게 다 믿느냐』고 말한 적도 있어 「필요한 때만 언론을 판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는 평소에도 주변에서 잘못을 지적하면 『대변인을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만 두는 것이야 본인이 결정할 문제지만 지금처럼 옳고 그른 것을 확인도 않고 멋대로 발표하는 행태는 공당 대변인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품위 문제는 물론 당 대통령후보인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도 누가 된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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