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휴식은 이런 것이 아닐까」.
무인도 바닷가에 마흔개의 오두막을 띄워 놓은 곳,이사벨리조트.
누구나 절로 절로 「휴식」을 화두로 떠올리게 만드는 이 곳은 7천1백여개에 달하는 필리핀 섬들 가운데 하나. 최근 들어 보편화하고 있는 자연친화적 휴양지 가운데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리조트다.
삽상한 바닷바람속에 묻어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는 아침. 한낮에 맑게 내리쬐는 햇살도 슬쩍 불어대는 바닷바람에 순화돼 살갗을 적당히 그을려댄다. 카약을 타고 빨갛게 물들어가는 석양속으로 노를 저어가는 것은 또 어떨까.
자연속으로. 이사벨리조트는 도시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물론 자연과의 동화를 꾀하는 새로운 휴양트렌드와 잘 어울린다.
이곳의 개발자는 지금은 널리 알려진 필리핀의 휴양지 엘리도섬을 80년대 중후반에 처음 개발했던 일본과 필리핀의 합작회사 라누비아사. 이 회사가 엘리도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되자 그곳을 처분하고 새롭게 찾아낸 무인도가 이 곳 아풀리섬.
섬 중앙에는 울창한 처녀림이 얽혀 있고 코발트색 바닷속에는 산호와 열대어가 가득 노닐고 있었다. 곱게 펼쳐진 모래톱이 바닷물로 덮인 지점에 초가지붕을 얹은 방갈로 40개가 우뚝 세워졌고 항구시설 및 해양스포츠시설들이 갖춰지는데 2년이 걸렸다. 이름은 이사벨리조트, 회사이름은 클럽 노아로 붙여졌다.
95년 여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다.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자못 험하고 길어 초행자들을 설레게 한다. 마닐라에서 승객들의 몸무게를 일일이 달아가며 무게를 조절한 19인승 경비행기 여행이 첫 여정. 새벽바람을 가르며 창해를 가로질러 1시간반을 날아가면 황토색의 비포장 활주로에 내려서 팔라완 제도의 샌도발섬에 다다른다.
「배보다 큰 배꼽」처럼 폼나게 적힌 공항간판을 머리에 인 작은 오두막 하나만이 눈앞에 다가선다. 오두막안에 들어서면 옥수수를 튀긴 과자 한봉지를 내놓고 관광객들을 신기한듯 구경하느라 장사는 뒷전인 원주민 일가족만이 공항쇼핑센터를 대신한다. 정말 멀리 떠나왔구나 싶고 피식 웃음도 나온다.
양철판으로 차체를 얽은 자이푼차에 몸을 싣고 바닷가에 이르면 작은 보트가 기다린다. 정글을 헤쳐 바다로 나가 필리핀의 전통선박인 방카(좌우에 균형막대를 단 카누의 일종)로 옮아 탄다. 우의를 입고 파도와 싸워가며 다시 50여분을 달려 도달한 작은 섬. 마침내 이사벨.
원시적 비경과 최대 수용인원이 1백여명밖에 안되는 한적함. 인간적 정감을 느끼게 하는 종업원들의 순수한 정성 또한 이곳의 매력.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지갑은 필요없다. 1백47명의 스태프, 낮에는 스노클링과 스킨스쿠버강사 보트기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밤에는 가수와 배우로 변신해 노래와 연주 민속춤공연 등을 펼친다.
그러나 팁은 절대 사양. 신혼부부는 물론 생일 결혼기념일 등 갖가지 축하거리를 체크했다가 저녁식사 때 케이크와 노래 등으로 「깜짝 축하쇼」를 해주기도 한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