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다면 그것을 과연 신(神)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다종족 국가인 네팔 네와르족에는 살아 있는 생신(生神)이 존재한다.
이름하여 「쿠마리」.
사원앞 나무상자에 약간의 돈을 내자 창문으로 얼핏 얼굴을 비쳐준 쿠마리는 짙은 화장에 온갖 장식물로 연약한 체구를 감싼 열살 안팎의 여자아이였다.
이 신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승려와 브라만(카스트제도중 가장 높은 계급에 속한 권력자들), 점성가들로 구성된 일종의 심사위원단이 「신」을 선발한다.
조건은 까다롭다.
반드시 초경전의 여자아이여야 하고 뼈대있는 가문에 빼어난 미모, 깨끗한 피부, 맑은 눈동자, 총기있는 머리를 지녀야 한다.
그렇게 뽑힌 쿠마리는 목조 2층집 쿠마리관으로 옮겨 산다. 가족들이 수발을 담당한다.
네팔인들은 쿠마리가 뛰어난 신통력과 예지력을 갖고 있다고 믿으며 귀족이고 서민이고 할 것 없이 매일 이곳에 와 쿠마리에게 경배한다.
쿠마리는 초경이 비치거나 병이 생기면 신으로서 생명이 끝난다. 또다시 선출된 쿠마리가 그를 대신한다. 은퇴한 쿠마리는 졸지에 신에서 인간으로 전락해 학교도 다니고 집안일도 한다.
나라에서는 은퇴이후 경제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지만 대부분 삶이 평탄하지 않다고 한다.
쿠마리는 힌두교도가 아니면 만날 수 없지만 외국인들은 대문안 나무상자에 약간의 돈을 내면 잠시 창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 쿠마리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어서는 절대 안된다.
〈카트만두〓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