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2〉
짐꾼은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라께 맹세코, 여러분들과 헤어지기보다는 내 영혼과 작별하는 것이 차라리 쉬울 것입니다. 그러지 말고 밤새도록 떠들고 놀다가 내일 아침에 헤어지기로 합시다』
가장 나이가 들어보이는 세번째 여자는 그러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될 말이에요. 우리 같은 젊은 여자가 외간 남자와 밤을 새워 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짐꾼은 다소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갖 짓을 하면서 함께 즐겨놓고는 지금 와서 갑자기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짐꾼은 애써 스스로를 억제하며 말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다루자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말이다.
『그건 이해가 갑니다. 외간 남자와 밤을 새워 함께 논다는 것이 여러분들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도 생각해 보십시오. 여자분들만 모여서 밤을 지낸다면 밤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겠습니까? 오늘 오후를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보냈는데 즐겁지 않았습니까?』
짐꾼이 이렇게 말하자 첫번째 여자가 세번째 여자에게 말했다.
『그건 그래요, 언니. 이분을 여기 있게 해줘요. 우리는 오늘 밤 이분을 마음껏 놀려먹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도 남자를 놀려먹으며 거드럭거리고 살아볼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분은 사실 드물어요. 이분은 정말 쾌활하고 재치있는 분이잖아요』
첫번째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세번째 여자가 말했다.
『좋아요. 정히 그렇다면 오늘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지내기로 해요. 그렇지만 조건이 있어요. 우리들의 명령을 거역하지 말 것이며, 무엇을 보게 되더라도 질문을 하거나 까닭을 묻지 말아야 해요』
함께 지내도 좋다는 말에 짐꾼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렇게 하다마다요』
짐꾼이 이렇게 말했지만 여자는 미덥지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로 가서 저 문에 적힌 글을 읽고 와요』
그래서 짐꾼은 여자가 가리키는 문으로 가 문에 적힌 글을 읽어보았다. 거기에는 금으로 「자기에게 상관없는 일을 이야기하는 자, 좋지 못한 말을 들으리라!」라고 씌어 있었다. 그것을 읽고 돌아온 짐꾼은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당신들이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에 대하여 일절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제서야 세번째 여자는 안심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무난히 해결된 것을 보자 첫번째 여자는 저녁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식탁이 완성되자 일동은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를 바꾸어 램프와 촛불을 켜고, 용연향과 침향을 피웠다. 그리고는 신선한 과일이며 술을 차려놓았다. 그렇게 되자 분위기는 한결 그윽하고 운치가 있었다. 짐꾼은 이제 그가 맛보게 될 또 다른 쾌락을 생각하며 벌써부터 침을 삼켰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