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전에서 이겨야 경기도 이긴다」.
11월1일 오후3시 잠실운동장에서 열리는 프랑스월드컵축구 예선 한일전을 앞두고 국가대표축구팀 공식응원단 「붉은 악마(Red Devils)」가 고민에 빠졌다. 응원전의 가장 중요한 「세(勢)」 싸움에서 일본에 밀릴지도 모르기 때문.
붉은악마측이 예상하는 한국원정 일본응원단은 1만여명. 2위싸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일본팀의 필사적인 반격에 발맞춰 이들이 열화같은 함성을 퍼붓는다면 잠실운동장은 한국의 안방이 아닌 일본의 홈으로 변해버린다.
물론 전체관중의 숫자는 한국이 훨씬 많지만 응집력있는 응원단과 분산된 관중은 하늘과 땅 차이.
붉은악마의 신인철회장(29·회사원)은 『일본은 현재 여행사 방송국 이벤트회사 등 온갖 단체나 회사에서 한일전 티켓을 사은품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응원단 모집을 하고 있다』며 『한국기업들이 사업상 도쿄지사를 통해 일본 거래회사 친지 등에게 선물로 주는 티켓과 한국여행사들의 일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사은품 티켓 등을 합하면 일본응원단은 1만명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악마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입장권은 1천5백장. 이 숫자로 일본의 1만여 응원단과 맞서기에는 아무래도 벅차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30대가 주축인 유니텔 코카콜라 등 직장응원단과의 연합. 합해봐야 5천명도 안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세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연합응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호흡 불일치. 더구나 30대 직장인들은 붉은악마의 주축인 청소년들처럼 2시간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하기엔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
응원 아이템도 문제. 붉은악마가 부르는 응원가는 다른 응원단들에는 낯설다. 이때문에 이번엔 부득이 30대들이 즐겨 부르는 「뽕짝」을 응원가로 도입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뽕짝을 응원가로 부를 경우 하필 일본전에서 왜색시비가 있는 노래를 부르느냐는 비난이 일까 걱정이다.
『요즘 응원전략을 짜느라 잠이 안온다. 결국 믿을 데는 팬밖에 없다. 그날 운동장에 나올 때는 모두 상의를 붉은옷으로 입고 나와 운동장 분위기에서 일본응원단을 압도했으면 좋겠다』
신회장은 『특히 정장차림으로 운동장을 찾았던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붉은 티셔츠 등 간편한 차림으로 나와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