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콜 獨총리 후계자 지명 쇼이블레 총리후보

  • 입력 1997년 10월 16일 20시 18분


헬무트 콜 총리가 15일 전당대회에서 차기총리 후보로 지목한 볼프강 쇼이블레(57)는 지적 에너지가 넘치고 능력과 정치적 통찰력이 탁월한 인물이다. 지금은 기민기사연합의 원내총무를 6년째 맡고 있다. 콜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승리, 다섯번째 연임에 성공하면 2000년 총리직과 당 총재직을 쇼이블레에게 이양하고 명예퇴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은 물론 기민당 내에서도 콜 총리의 장기집권에 『지겹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새 인물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쇼이블레는 대외협상을 맡았던 겐셔 전외무장관과 함께 독일 통일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쇼이블레는 내무장관이던 89년11월 베를린장벽이 무너지자 동독의 귄터 크라우제 정무장관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 수많은 난제를 10개월만에 해결하고 통일조약을 완성했다. 그리고 서독을 대표해 역사적 조약에 서명했다. 그는 통일을 기획했고 콜 총리와 함께 독일 역사상 세번째 통일을 이룩한 실무 장본인이다. 그는 이듬해인 90년 10월12일 콜 총리의 유세지원에 나섰다 정신병자가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사경을 헤매다 5일만에 깨어난 그는 얼굴 총상으로 턱에 조임쇠를 끼운 채 슈피겔지 기자들에게 18개월간의 통일협상 과정을 구술했다. 중환자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그의 뇌는 컴퓨터처럼 작동했고 고통도 참아냈다. 이 책은 92년 동아일보사에 의해 「나는 어떻게 통일을 흥정했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누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또는 출입문을 미리 열려고 하면 대단히 화를 낸다. 독일인들은 그가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벌써 총리가 됐을 사람으로 여긴다. 그가 92년 의회에서 통일독일 수도의 베를린이전 필요성을 역설한 연설은 명연설로 남아 있다. 그는 대학시절인 65년 기민당 청년당원이 됐고 변호사를 거쳐 72년 하원의원이 된 이래 내리 7선을 기록했다. 정세분석이 뛰어난 그는 81년 기민기사연합 사무총장에 발탁되면서 콜 총리의 후계자로 부상했다. 콜 총리의 연설문 작성을 전담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자 콜 총리는 84년 그를 총리실 장관(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그는 이후 내무장관 원내총무를 거치며 콜 총리와 같은 정치행로를 걷고 있다. 콜 총리는 지금까지 가이슬러 비덴코프 뤼에 등 후계를 노리거나 반기를 든 사람은 가차없이 잘랐다. 그러나 자신을 돕다 불구가 된 쇼이블레에 대해 특별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본〓김상철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