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22)

  • 입력 1997년 10월 11일 07시 45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48〉 마왕은 급히 날아 마침내 마루프가 버려져 있는 사막에까지 이르러 왕을 던져둔 채 사라졌다. 마루프는 텅빈 사막 한가운데서 울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졸지에 모든 것을 잃고 죽음밖에는 기다릴 것이 없는 사막 한가운데 버려졌으니까 말이다. 마루프의 울음 소리를 듣고 왕은 면목없어하는 낯을 하고는 사위에게로 다가갔다. 사위는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어 장인에게 물었다. 『아니, 장인께서도 여기까지 오시다니!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마루프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더없이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끄럽네. 자네와 내가 당한 이 재난이 모두 이 늙은 것이 어리석었기 때문이야』 이렇게 말하고 난 왕은 이런 꼴을 당하게된 자초지종을 모두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당한 재난을 한탄하며 앉아 있었다. 그들에게는 먹을 것은 고사하고 마실 것도 있을 리 없었다. 한편, 왕과 왕의 사위를 왕국에서 쫓아낸 대신은 화원을 나와 모든 장병들을 소집해 놓고는 말했다. 『왕과 왕의 사위는 처단했다. 이제부터 이 나라는 내가 통치하겠다』 대신의 이 뜻밖의 말에 모든 장병들은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신이 왕과 왕의 사위를 처단했다면 국가에 대란이 일어난 셈이니까 말이다. 『여보시오, 대신. 누가 어떻게 왕과 부마를 처단했단 말이오? 그리고 그들이 처단되었다면 그들의 시체는 어디 있소?』 마루프의 심복이었던 장군 한 사람이 말했다. 장군이 이렇게 묻자 대신은 손을 들어 도장반지를 내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그 두 역적놈을 이 도장반지의 노예를 시켜 아무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사막 한가운데다 갖다 버리도록 했다』 그러자 상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도장반지의 노예라고요? 당신은 지금 제정신으로 말하고 있는 거요?』 장군이 이렇게 말하자 대신은 반지를 문질렀다. 그러자 곧 반지의 마왕이 나타나서는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무엇이든 분부만 내리십시오.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질 것입니다. 도시를 파괴할까요, 도성을 지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왕을 죽일까요?』 그 모습을 본 장병들은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떨었다. 그러한 장병들을 향하여 대신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알겠는가? 나를 왕으로 받들지 않겠다면 나는 이 마신을 시켜 너희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신하들은 어쩔 수 없었다. 대신을 새 국왕으로 추대했다. 대신은 옥좌에 앉았고, 신하들은 그의 앞에 부복했다. 왕좌에 앉은 대신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두냐 공주에게 사람을 보내어 이런 말을 전달하게 한 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모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대는 나의 것이다. 오늘밤에는 내가 그대를 찾아갈테니 준비를 하고 있으라』 그도 그럴 것이, 그 예쁜 두냐 공주를 차지하는 것이 대신의 오랜 소원이었으니까 말이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