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PC통신등 익명의 언어폭력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전화나 PC통신의 익명뒤에 숨어 언어의 폭력을 휘두르는 작태가 선거철이면 제철을 만난듯 기승을 부린다. 언론사에도 기사 내용에 불만을 품고 폭력적 언어를 무차별 난사하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이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있는 사람처럼 떠들다가도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생기면 황급히 전화를 끊고 달아나버린다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 토론방에서 대선후보들에게 독한 말을 퍼붓던 사람들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입건됐다. 이들이 토론방에 띄운 글은 상식 이하의 저질 언어여서 지면에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내용 또한 「친일파 아들」 「공산권 군대복무 경력」 「제2의 이순자」 등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으로 가득차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 「독설 칼럼니스트」로 명성이 높아 글이 토론방에 뜰 때마다 평균 조회수 1백회가 넘을 만큼 「애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신분노출을 꺼려 사촌 여동생의 ID를 이용한 독설가도 있었다. 비열한 사람들이다. 언론사에 전화를 건 독설가들에게도 『이 전화에 발신 전화번호 추적장치가 부착돼 있다』고 하면 갑자기 말투가 공손해지거나 딸가닥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통신수단을 이용한 폭력이 사회문제화하면서 익명을 들춰내는 수단도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실제로 음란전화 폭력전화에 시달리는 가입자가 한국통신에 신청하면 간단하게 발신 전화번호 추적장치를 부착해준다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는 그 사람의 면전에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한도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이 있다. 네티즌의 세계에서도 이러한 기본 예의, 이른바 「네티켓」이 확립돼야 한다. 저질언어를 배설하던 독설가들이 이번에 처벌을 받음으로써 PC통신의 언어가 정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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