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술에 오염된 대학가

  • 입력 1997년 10월 1일 19시 55분


대학가의 비뚤어진 음주문화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요즘 캠퍼스 주변에서는 강의를 빼먹고 대낮에 술판을 벌이거나 1,2차로 장소를 바꿔가며 폭음을 일삼는 대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수업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술에 약한 학생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엊그제 대구에서는 한 의대생이 선후배와 어울려 폭탄주를 마신 뒤 숨진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생의 음주행태는 근본을 따져보면 기성세대로부터 영향받은 바 크지만 음주빈도나 음주량 등 내용면에서는 오히려 어른을 능가한다. 통계청이 조사한 대학생의 음주율은 93.2%로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 성인의 음주율 63.1%나 미국 대학생의 음주율 87%에 비해 높은 수치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가 처음 술을 접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 시절의 음주습관은 사회 진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단체가 실시한 대학생 음주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음주운전 경험 대학생이 전체의 30%, 술에 취해 다른 사람과 폭행시비를 벌인 적이 있는 학생이 32.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잘못된 습관이 일찍부터 젊은이들의 몸에 배는 것은 보통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우리 나라는 세계 5위의 술 소비국으로 경제규모와 비교할 때 매우 부끄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대학까지 술로 오염된다면 큰 일이다. 대학가에 건전한 음주문화가 뿌리내리려면 대학생의 음주의식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음주풍토 개선을 내걸고 출범한 대학생 알코올문제예방협회 등 대학내 단체의 역할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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