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뛰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팀 LA 다저스가 어제 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다저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소속 조의 1, 2위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은 박찬호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마치고 받아든 최종 성적표는 14승8패 방어율 3.38. 내셔널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10위권에 해당하는 빼어난 성적이다.
▼박찬호의 진가는 팀 공헌도에서 더욱 빛난다. 올해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모두 29경기로 이 가운데 다저스는 20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찬호가 선발로 나가면 다저스는 3분의 2이상을 이겼던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포츠 도박사들은 박찬호가 출전하면 대부분 다저스에 돈을 걸었다고 한다. 시즌 개막전 미국 도박사들이 예측한 박찬호의 승수는 16승이었다고 하니 이들의 정확한 눈이 놀랍기만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가.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그야말로 「꿈의 구장(球場)」이다. 혈혈단신으로 이곳에 진출한 박찬호가 투수 그레그 매덕스나 강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 배리 본즈 등 말로만 듣던 스타들과 어깨를 겨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들어 국내에는 유난히 짜증스러운 일이 많았다. 이 와중에 박찬호의 승전보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됐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일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국민의 눈이 박찬호와 일본 프로야구의 선동렬에게 집중되면서 국내 프로야구가 크게 위축된 점이다. 관중감소 등 숫자로 나타난 사실 외에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국내에도 곧 프로야구의 왕자를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제2, 제3의 박찬호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도 국내 프로야구에 보다 많은 애정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