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마약-담배예방 어른부터 『솔선』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사우스고교 3학년인 김희원양(18)은 지난달 약물복용 예방교육시간에 4명의 「천사」를 만났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방영된 옴니버스식 비디오 영화의 주인공. 천사들은 흰 옷에 흰 날개를 달고 머리에는 동그란 띠를 두른 채 등장, 자신들이 이승을 떠나게 된 눈물겨운 사연을 설명했다. 19세 때 천사가 된 마이클은 중학교 시절 친구의 꾐에 빠져 마리화나에 손을 댔다가 마약 중독자가 됐다. 고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도 버림받은 마이클은 뒷골목을 전전하다 결국은 자살을 택했다는 것. 30대 천사 짐은 술에 만취돼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다리에서 추락, 천사가 됐다. 그는 『나는 잘나가는 금융회사 직원이었어요. 결혼을 한달 앞두고 있었는데…』라며 울먹였다. 천사들은 학생들에게 「마약을 복용하거나 술을 마시지 마시오」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천사들의 눈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청소년 마약복용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경찰관들이 학교의 마약 예방교육에 직접 참여한다. 학교는 해마다 경찰관을 초빙해 학생들에게 마리화나나 헤로인 등 마약을 보여주고 그 위험성과 심각성, 처벌규정 등을 설명하게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마약추방운동인 「블루리본운동」을 범국민적으로 펴고 있다. 건강과 활력, 힘을 상징하는 파란색 리본은 이제 싱가포르 마약추방운동의 상징이 됐다. 라플스고교는 지난 5월 마지막주에 교내 블루리본운동을 실시, 학생들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당시 학생들은 마약추방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파란색 리본을가슴에달고 등교, 초빙된 전문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양유화 훈육주임은 『싱가포르에선 청소년 마약이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나이트클럽이나 해변가에서 「엑스터시」라는 환각제 등을 복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사회적으로 담배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하다. TV방송들은 매일 금연광고를 내보내고 모든 공공장소에는 금연표지판이 붙어 있다. 라플스고교 3년 아론(18)은 『아버지를 포함한 주위 사람 모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며 『국가와 학교의 금연홍보가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말했다.학교도담배를피우다 적발된 학생은 엄하게 처벌한다. 스프링필드중학교에선 여학생 2명이 교장실 옆 복도에 책상을 놓고 숙제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걸려 벌을 받고 있었던 것.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교장에게 회초리로 엉덩이를 맞는 「스팽킹」이라는 치욕적인 체벌을 받는다. 부모에게는 경고장을 보내고 벌을 받은 학생이 또다시 담배를 피울 경우 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학교에서 선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일정기간 금연학교에 보낸다. 로슈밍교장은 『어떤 학교는 담배 피우는 학생을 잡아내기 위해 흡연측정기를 사용하기도 한다』며 『학교의 이같은 노력으로 흡연학생은 전체의 5%를 밑돈다』고 말했다. 94년 필리핀 교육부장관이 된 글로리아는 취임 직후 『학교를 담배에서 해방시키자』고 선언, 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사가 화장실 등 교내 어디에서도 금연을 해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일 것을 지시했다. 교육부 중등교육국장인 앨버트 멘도사는 『라모스 대통령은 과거 불을 붙이지 않은 시거를 물고 TV에 등장하는 버릇이 있었으나 글로리아 장관때문에 이제 담배를 피우는 시늉조차 하지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싱가포르·마닐라〓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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