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한국기업 실리콘밸리 진출 붐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 알토에 위치한 위성전문업체 스페이스 시스템 로랄(SS/L)사의 위성체 제작 공장. 20층 고층빌딩 높이의 공장안에는 한국의 현대전자에서 연수 온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위성체 조립 공정에 직접 참여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1년여의 제작 참여 연수가 끝나면 현대전자 이천공장에서 우리 손으로 위성을 만들게 된다. 이곳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록히드마틴사의 서니베일 위성체 제작공장에서도 한국인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한국통신과 대한항공 등 위성체 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해마다 수십명의 전문인력을 현지에 보내 선진 기술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는 위성시대를 꿈꾸는 한국 기업의 전초기지가 됐다. 한국기업이 앞다투어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고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현대는 실리콘밸리 현지 법인을 내세워 위성통신과 위성방송 분야에 다양한 사업을 편다. 데이콤 삼보컴퓨터 대림정보통신은 실리콘밸리내 현지기업과 협력관계를 갖고 위성서비스 운영과 위성 관련 기기 개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에 발을 들여놓았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이웃해 있는 삼성전자 연구법인(SISA)과 현대전자 미주법인(HEA)은 위성분야에서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불꽃튀는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미국 최대의 디지털 위성방송인 디렉트TV방송을 볼 수 있는 수신기(셋톱박스)를 개발하고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셋톱박스는 1백80여개나 되는 채널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해 볼 수 있는 채널 검색 소프트웨어가 특징. 분야별로 채널을 분류하고 자주 보는 방송을 등록해 놓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또 앞으로 위성방송에서 인터넷 서비스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TV용 인터넷 검색프로그램도 들어있다. 삼성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PC용 위성방송 수신기 개발을 삼성이 맡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가 돕는 형태의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 연구법인 멀티미디어 기술센터 강양명(姜陽命)부장은 『멀티미디어를 구현하는 방법론에서 위성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위성방송을 이용한 쌍방향 멀티미디어 검색 시스템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전자 미주법인은 자체 개발한 위성방송용 셋톱박스를 유럽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위성방송 관련 기술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에서 실시되는 디지털 위성방송인 「B―SKY―B」의 수신기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 현재 시험방송중인 새로운 디지털 위성방송인 「알파 스타」에도 2천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한 현대는 수신기뿐만 아니라 위성방송 제작 장비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현대전자 미주법인은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글로벌스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SS/L사의 위성체 제작공장에서 30여명의 개발진이 연수를 받고 있다. 현대전자 미주법인 장병식(張炳植)부장(통신사업 및 전략 기획 담당)은 『위성 사업참여는 정보통신 분야를 꿈꾸는 국내 기업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위성통신 사업의 기회를 정보통신 세계의 중심무대인 실리콘밸리에서 찾고 있다』며 『선진기술을 배워 해외에서 사업화에 성공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현대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위성사업분야에 대한 1년여의 실험과 검토를 마친 끝에 위성을 이용한 회선임대 사업에 진출했다. 데이콤은 글로벌스타 사업에 참여해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위성 데이터통신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PC용 위성방송 수신카드 제작과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대림정보통신은 위성체 제작에 쓰이는 기업형 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하고 본사 직원들이 미국 현지 협력기업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PDM이라고 불리는 이 소프트웨어는 올해 연말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위성 관련 사업 경험을 쌓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인정받아야만 미국 시장 진출을 약속받을 수 있기 때문. 실리콘밸리가 일종의 통과의례의 시험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이곳에 나와봐야지만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과 정보를 나누고 협력관계를 맺기 쉬운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에서 하이테크 뉴스 전문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뉴스의 김웅배(金雄培)사장은 『최근들어 위성사업이 실리콘밸리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경의 장벽을 쉽게 뛰어넘는 위성서비스는 해외 진출은 물론 문화확산 측면에서도 중요해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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